1-7. 낮은 산이 더 많이 본다

1장. 인왕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다

by lisiantak

인왕산은 높지 않다.

해발 338.2미터.

도심에서 접근하기 쉽고,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

그래서인지 서울의 여러 명산 중

유독 이 산을 찾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낮다는 건

단지 고도의 문제가 아니다.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고,

더 자주 마주친다는 뜻이고,

그만큼 더 오래 지켜봤다는 뜻이다.

사람은 높은 산을 우러러본다.

하지만 산은

자신보다 낮은 자리의 삶을 본다.

멀리 있는 북악산보다

가까운 인왕산이

더 많은 표정과 더 다양한 걸음을 기억한다.

높은 산은 웅장하지만,

가까운 산은 친숙하다.

친숙하다는 건 더 잘 보인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숨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치는 높은 자리에 올라

멀리 보려 애쓴다.

그러나 리더십은

낮은 자리에서 더 잘 보인다.

인왕산은

권력자의 행동뿐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까지도

함께 기억한다.

누가 진심으로 따랐는지,

누가 침묵했고, 누가 떠났는지.

그것은 높은 곳에선 보이지 않던 것들이다.

그래서 이 산은 말한다.

"나는 멀리 보지는 못해도,

너를 더 가까이에서 오래 봤다."

높은 산이 위엄을 주었다면,

이 낮은 산은 판단을 준다.

높은 곳은 환호를 들었지만,

이곳은 귓속말을 들었다.

역사는 종종 높은 자리에서 쓰이지만,

그 진실은 낮은 자리에서 기록된다.

인왕산은 그런 기록의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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