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왕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다
산은 누구에게나 똑같아 보인다.
말이 없고, 표정이 없고, 표준화된 등산로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왕산을 자주 오르다 보면
이 산이 결코 무표정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이에게는 웃는 산이고,
어떤 이에게는 침묵하는 산이다.
산은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산이 건네는 감정이 달라질 뿐이다.
겸손하게 걷는 이는
산의 고요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무언가를 다 내려놓고 온 사람은
바위에 앉아 작은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높은 자리의 권위로 오르는 사람은
이 산의 침묵 속에서 오히려 묵직한 압박을 느낀다.
그건 사람의 문제이지,
산의 차별이 아니다.
산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눈으로 이 산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산도 우리를 다르게 비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민심은 무표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시민이
다른 태도의 리더에겐 환하게 미소 지을 수도 있다.
인왕산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맞이한다.
그중 누군가에겐 따뜻하고,
누군가에겐 냉담하다.
그 차이는 권력의 유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이 산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산은
정권을 비판하지 않는다.
누구를 응원하거나,
누구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서
누구에게 웃었는지,
누구에게 침묵했는지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