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 산은 누구에게 웃고, 누구에게 침묵했는가

1장. 인왕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다

by lisiantak

산은 누구에게나 똑같아 보인다.

말이 없고, 표정이 없고, 표준화된 등산로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왕산을 자주 오르다 보면

이 산이 결코 무표정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이에게는 웃는 산이고,

어떤 이에게는 침묵하는 산이다.

산은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산이 건네는 감정이 달라질 뿐이다.

겸손하게 걷는 이는

산의 고요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무언가를 다 내려놓고 온 사람은

바위에 앉아 작은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높은 자리의 권위로 오르는 사람은

이 산의 침묵 속에서 오히려 묵직한 압박을 느낀다.

그건 사람의 문제이지,

산의 차별이 아니다.

산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눈으로 이 산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산도 우리를 다르게 비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민심은 무표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시민이

다른 태도의 리더에겐 환하게 미소 지을 수도 있다.

인왕산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맞이한다.

그중 누군가에겐 따뜻하고,

누군가에겐 냉담하다.

그 차이는 권력의 유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이 산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산은

정권을 비판하지 않는다.

누구를 응원하거나,

누구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서

누구에게 웃었는지,

누구에게 침묵했는지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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