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바위는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말이 없다
인왕산을 오르다 보면,
무심코 바위에 손이 간다.
길의 경계를 이루는 바위,
길을 막아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위에 사람들이 앉고, 기대고, 멈추게 되는 자리.
이 산을 이루는 건 숲도, 길도 아니었다.
무게를 감춘 바위들이다.
그 바위들은 강해서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래 있었을 뿐이다.
비와 바람, 해와 눈,
수없는 발자국과 말 없는 시선들이
그 바위를 깎았고, 매만졌고,
그래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강한 사람은 없다.
다만, 오래 견딘 사람이 있을 뿐이다.
상처가 없어서 단단한 게 아니라,
상처를 견딘 채 거기 있었기 때문에
더 깊어지고, 더 넓어졌을 뿐이다.
한때 이 능선을 따라
지켜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이 바위들은 단지 지형이었고, 위치 좌표였고, 경계의 도구였다.
그러나 지금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이 바위들은 기억의 조각, 침묵의 표정, 시간을 품은 얼굴이 된다.
힘은 위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밑으로 내려앉는 일이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없이 깎이고, 쓸리고,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다.
바위는 그렇게 단단해진다.
정치도 그렇다.
힘은 목소리로 드러나지 않는다.
진짜 힘은,
말 없이 거기 오래 서 있었던 자만이 가진다.
인왕산의 바위는 강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그 바위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그건 존경이고, 신뢰다.
힘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낸 영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