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바위는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말이 없다
인왕산의 바위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이 없다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오래 있었다는 뜻이다.
정치는 언어로 작동한다.
말을 더 많이, 더 세게, 더 앞서하려는 경쟁.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가장 오래 남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라, 말하지 않고 견딘 태도다.
바위는 설명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존재를 해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말을 아끼게 된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말이 많은 사람보다,
말이 적은 사람의 태도에서 더 많은 것이 드러난다.
위기 속에서 말하지 않은 사람이
무책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침묵은
불필요한 언쟁을 넘어서려는 절제의 신호일 수도 있다.
인왕산의 바위들은
그 침묵의 경계를 잘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말이 없기에 더 많이 기억된다.
정치는 침묵을 불편해한다.
그러나 국민은 말보다 무게를 원한다.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 자만이
말없이도 신뢰를 얻는다.
말은 사라지지만, 태도는 기억된다.
인왕산은 그걸 안다.
그 바위 위에 남은 침묵이
가장 무거운 말이 되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