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의 윤리

2장. 바위는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말이 없다

by lisiantak

어떤 존재는 말로 주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기준이 된다.

인왕산의 바위가 그렇다.

이름이 붙은 바위도 있고,

그저 ‘큰 바위’, ‘뒤쪽 바위’라 불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름과 상관없이

그 바위들이 주는 존재감의 무게는 뚜렷하다.

도시에선 기준이 자주 바뀐다.

인기, 여론, 이슈, 트렌드.

그러나 산에서는 바뀌는 게 없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계절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그 바위는 그 자리에 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무조건 고집을 부린다는 뜻이 아니다.

흔들릴 이유가 없을 만큼

자기 자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건

흔들리는 자가 아니라

흔들려야 할 때조차

자신이 흔들리는 걸 모르는 자다.

그는 중심이 아니라

무게 없는 덩어리로 전락한다.

인왕산의 바위는 무게 중심을 알고 있다.

자신이 깔고 있는 흙,

서 있는 경사,

기대는 나무의 방향까지

모두 받아들이고, 감싸 안고,

그래서 버틴다.

버티는 건 견디는 일이 아니라

균형을 아는 일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기울어졌을 때

그 기울기를 느낄 줄 아는 감각.

흔들렸을 때

스스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태도.

그게 바위가 주는 윤리다.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은

결국, 스스로를 다스리는 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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