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바위는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말이 없다
인왕산의 바위는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날카롭고 뾰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과 비, 햇빛과 눈,
사람의 발걸음과 손길에
조금씩 깎이고 닳고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바위의 품이
지금 우리가 앉는 자리가 되었다.
권위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깎이는 과정을 견딘 결과로 남는다.
처음부터 완성된 권위는 없다.
어떤 힘이든
경계와 저항, 실망과 비판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신뢰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지도자는 자신을 세우려 할 때보다
자신을 비워낼 때 더 깊어진다.
무엇을 주장하느냐보다
무엇을 견뎠느냐가
권위의 크기를 결정한다.
바위는 깎이며 품을 만든다.
모서리를 부드럽게 하고,
틈을 만들고,
누군가 머무를 수 있게 한다.
그건 무너지기 직전까지 버틴 모양이 아니라,
스스로 내어준 형상이다.
정치도 그래야 한다.
시민이 기댈 수 있는 자리는
높은 단상이나 날 선 메시지 위가 아니라,
깎인 자리, 기다린 자리, 비워낸 자리다.
인왕산의 바위는 그걸 알고 있다.
처음보다 지금이 더 넓고,
더 부드럽고,
더 많은 이들이 머물다 가는 자리가 되었음을.
권위란
단단함이 아니라
내어주는 부드러움 속에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