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바위는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말이 없다
인왕산의 바람은 공평하다.
어느 날은 세차고,
어느 날은 부드럽지만
그 바람은 누구를 향해 더 강하게 불지 않는다.
왕이 올랐을 때도,
시민이 걷는 지금도
그 바람은 변함없이 분다.
자연은 차별하지 않는다.
힘 있는 자에게 더 부드럽거나,
약한 자에게 더 거칠지 않다.
자연이 보여주는 공정함은
힘의 유무와 무관한 원칙에서 비롯된다.
바위 위에 앉은 사람을
바람은 똑같은 세기로 스친다.
말없이, 계산 없이,
그 사람의 이름이나 지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
진짜 공정이란,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태도다.
정치는 때로
누구에게는 관대하고,
누구에게는 날카롭다.
이해관계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기준이 흔들린다.
하지만 바람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분다.
산은 그런 바람을 품고 있다.
자연의 기준은 사람이 만들 수 없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바람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람은 늘 존재했고,
늘 같은 방식으로,
모두에게 영향을 줬다.
공정은 감정이 아니라 감각이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누구도 특별하지 않은 감각.
인왕산의 바람은 그렇게 분다.
오늘도 그 바위 위를 스쳐가며
당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고,
당신의 자세만을 가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