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바람은 늘 똑같이 분다, 누구에게나

2장. 바위는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말이 없다

by lisiantak

인왕산의 바람은 공평하다.

어느 날은 세차고,

어느 날은 부드럽지만

그 바람은 누구를 향해 더 강하게 불지 않는다.

왕이 올랐을 때도,

시민이 걷는 지금도

그 바람은 변함없이 분다.

자연은 차별하지 않는다.

힘 있는 자에게 더 부드럽거나,

약한 자에게 더 거칠지 않다.

자연이 보여주는 공정함은

힘의 유무와 무관한 원칙에서 비롯된다.

바위 위에 앉은 사람을

바람은 똑같은 세기로 스친다.

말없이, 계산 없이,

그 사람의 이름이나 지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

진짜 공정이란,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태도다.

정치는 때로

누구에게는 관대하고,

누구에게는 날카롭다.

이해관계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기준이 흔들린다.

하지만 바람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분다.

산은 그런 바람을 품고 있다.

자연의 기준은 사람이 만들 수 없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바람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람은 늘 존재했고,

늘 같은 방식으로,

모두에게 영향을 줬다.

공정은 감정이 아니라 감각이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누구도 특별하지 않은 감각.

인왕산의 바람은 그렇게 분다.

오늘도 그 바위 위를 스쳐가며

당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고,

당신의 자세만을 가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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