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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02. 2019

#_바쁠 때 더 바쁜 이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다

3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무척이나 바빴다. 중요한 PT작업과 월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새롭게 시작한 작가책방을 준비하며 필요한 작업과 다음 달에 나올 책 원고 교정과 제목 선정 등의 소소한 의사결정까지 겹친 상황이었다. 더욱이 시간이 부족했던 건 3월 들어서부터 오후 하교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갈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오후 시간만 되면 벌써부터 초조해지기 일쑤다.

이렇게 시간이 없다, 너무 바쁘다,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유독 바쁠 때는 왜 이렇게 더 바삐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한자 바쁠 망(忙) 자는 마음(心)을 잃는다(亡)는 뜻이라고 한다. 즉, 바쁜 상태는 마음을 잃어버린 상태인 셈이다. 마음을 잃어버렸으니 시간이 내 뜻대로 흘러갈 리 없다. 마음을 잃으면 방황하게 마련이니까. 10분이든 10시간이든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가고, 우리는 시간에 쫓기게 된다. 급한 일만 마무리되면 좀 한가해질 것 같지만 바쁜 상황이 끝난다고 해서 금방 여유로워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내가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게는 마음의 시계가 있다. 우리의 뇌는 내 마음의 시계가 흘러가는 것만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하는데, 마음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시간이 많이 흐르고 뭔가 많이 한 것 같아도 정작 마음으로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여유 있을 때 저축해 놓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런 모든 상황이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만은 잃어버리지 말라는 신의 배려는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바쁜 상황 속에서 마음을 잃어버리는 날이면, 정리정돈이나 그동안 미뤄왔던 아주 사소한 일을 하나씩 해결하곤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작은 일들을 처리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급하게 몰아쉬던 숨을 심호흡을 하며 고르는 느낌처럼.


지금은 이 글을 쓰며 온전히 마음을 되찾고 있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아주 쉽게 내 마음을 붙잡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도 바쁘겠지만, 일은 바빠도 마음은 분주하지 않기를. 한 번뿐인 시간을 가장 나답게 보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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