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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29. 2020

#_책방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사람들은 새로운 책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산다.

사람도 책도 저마다의 가치가 다르듯이 서점도 저마다 다른 가치가 있어야 한다. 작은 서점들의 창업스토리―사실 분투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를 읽다 보면 동네서점과 대형 온라인 서점의 경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트가 반드시 나온다.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결국 대안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본업이 기획자이기도 하거니와 책을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이면서 언젠가는 나만의 서점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나로서 당연한 고민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수록 분명히 대안이 있을 것 같았다. 뭐라고 딱히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소비자는 결국 내가 원하는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할 테니까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진 못하더라도, 일부 고객들에게 내가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작은 영역을 선보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중요한 두 번째 질문이다.

사람들이 서점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고객을 구분해서 생각해 보자.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과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

그런데 이 구분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상황에 따라 온라인에서 구매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보자.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상황과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상황.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상황은 이제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 되어있는 상태다. 물론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분이 아니라면 말이다.

온라인 서점의 가장 큰 경쟁력은 거의 모든 책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의 특성상 별도의 공간에 진열할 필요가 없으니 물류센터 어디에 있든 판매가 가능한 책이라면 그 어떤 책이든 올려놓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일반 서점이 무너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넘사벽은 기본적인 10% 할인과 5% 적립이라는 막강한 가격경쟁력이다. 뭐 다 아는 내용이니 길게 설명은 생략한다. 게다가 한 권을 사도 무료배송.

이건 뭐 경쟁이고 뭐고 없다. 그냥 답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고 해서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오프라인으로 본 책을 당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바로 구매해서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뭐 재주는 곰이 넘고 온라인 서점의 매출만 늘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연한 조치라고 하겠다. 나 역시 교보문고 강남점을 수시로 이용하는 고객으로 바로드림 서비스의 애용자이기도 하다. 매월 단골 인증을 하면 1000원 할인 쿠폰까지 3매나 준다. 이쯤 되면 정말 작은 서점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서점들이 다시 생겨나는 추세다. 이유가 뭘까? 도대체 이런 무지막지한 경쟁구도 사이에서 서점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정상일까 싶기도 한데,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뭘까? 궁금했다. 다양한 작은 서점의 이야기들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잘되든 못되든 그 아래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찬찬히 고민해 보았다. 다시 질문을 떠올려 보자.


사람들이 서점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대답이 그저 “책”일뿐이라면, 대형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오프라인 서점과의 경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앞서 첫 번째 질문을 던져본 것이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는가?라고.


단순히 책만 파는 서점은 어떻게 해도 규모의 경쟁, 범위의 경쟁에서 이미 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서점과 경쟁할 수 없다. 질문이 달라야 한다.


“사람들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사는 것이라면 우리는 책을 통해 어떤 경험을 제안할 것인가?”


이 정도 질문이면 훌륭해 보인다.

최근에 북카페가 많아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책뿐만 아니라, 책을 만나는 공간 자체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제3의 공간을 제안하는 것처럼.

새로운 공간에서 책과 커피라는 멋진 조합을 제시하여 단순히 책을 통한 매출이 아니라, 책과 커피를 함께 누리는 공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 북카페는 책을 사면 심지어 커피가 공짜다. 그 정도면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가?

굳이 문제를 찾으라면 북카페는 책이 아니라 커피로 인한 매출이 훨씬 크다는 정도. 오히려 책을 팔기 위해 커피를 무료로 주는 것이 손해일지 모른다. 다만 운영하시는 분의 철학에 따라 그런 파격적인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책 판매를 장려하고 싶은 것일 테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그저 책만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책을 통해 누리는 다양한 경험을 원한다는 사실만 이해하더라도 이처럼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다. 책이라는 상품 자체만 파는 게 아니라 책이라는 것으로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북카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유독 커피와 책의 조합이 뛰어난 이유는 따로 있다. 둘 다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와 책이 주는 새로운 경험이 주는 자유. 그 두 가지가 결합하여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책만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기를 바란다. 그래서 책뿐만 아니라 책이 주는 가치 이상의 경험을 주는 서점을 우리는 진짜 좋은 서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일본의 츠타야나 모리오카, 런던의 골즈보로 북스 같은 서점처럼 말이다. 




* 츠타야 서점 : 프리미엄 세대에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본에서 가장 핫한 서점이자, 콘텐츠 유통회사.

* 모리오카 서점 : 일주일에 한 권의 책만 선정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점.

* 골즈보로 북스 : 희귀한 초판본, 작가 서명본 등으로 책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켜 판매하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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