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할 책이 한가득입니다.
오늘 사이책방을 이사했습니다. 계약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아 계약을 못할 뻔도 했지만,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간 느낌입니다. 덕분에 갈 곳을 잃고 보관창고에서 한 달 넘게 더위를 견뎌낸 책친구들을 오랜만에 상봉했습니다. 읽는 책은 몇 권 되지 않더라도 막상 볼 수 없는 곳에 있으니 왜 그리 아쉽던지요.
어쨌거나 한 달 반 만에 다시 만나 회포를 풀 겨를도 없이 정리하다가 시간이 다 갔습니다.
우선 책장 위치만 잡고, 아래 사진과 같은 상태입니다.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
그런 공간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책을 읽기 전에 대화한다는 것.
그 시간을 경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쩌면 그것이 독서의 시작 아닐까요?
<어서 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이라는 책에서 발견한 문장입니다. 딱 제 마음과 같습니다.
책을 정리하는 동안 주민분들이 한 두 분씩 찾아오셨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은 운영하지 않고 내부정리 중이라고 붙여 놓았지만, 오는 분을 막을 순 없죠. 가볍게 인사도 드리고, 편하게 구경하고 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왔다 가신 후 한참을 혼자 정리하고 있는데, 통통하고 귀여운 여자아이 한 명이 들어와 저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 여기에 만화책도 있어요? 없어요? 왜 없어요? 사놓으시면 안돼요? 아저씨는 어디 살아요? 여긴 왜 이렇게 책이 많아요? 다 아저씨 책이에요? 이 책 다 합하면 1억 도 넘어요? 등등"
정말 다양한 질문을 조곤조곤 쉴 새 없이 묻더군요. 그런데 꼬마 아가씨가 너무 귀여워서 거의 1시간도 넘게 대화를 나눈 것 같습니다.
그 친구 이름은 예진이었는데, 저는 예진이가 앞으로 여기서 책을 읽고 책을 더 많이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하루종일 머물며 드나드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람들의 잠깐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그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늘 어려운 법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해나가면 될 겁니다. 좋은 공간에서 더 많은 분들과 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설레는 하루였습니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독서를 시작하길 바라봅니다.
다음 주쯤 공간이 다 정리되면 다시 한번 2탄을 올려 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
* 북티크의 박종원 대표의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