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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14. 2023

#_매일, 손쉽게 글 쓸 수 있게 도와주는 특급 레시피

일상의 경험을 글쓰기 재료로 다듬고 보관하는 방법들

3월 1일부터 매일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해서 오늘이 198일째가 되었네요. 글을 1편 이상 올린 날도 있어서 그동안 쓴 글은 200개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어떻게 매일 그렇게 새로운 내용의 글을 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오늘은 매일 꾸준히 글 쓰는 노하우를 알려드려 볼까 합니다.


저도 예전에 글을 자주 쓰기 전에는 늘 흰색 노트나 하얀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자면 멍해지는 경험을 하곤 했습니다. 막상 글쓰기를 하려고 하면 뭘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요리로 비유를 하면 이렇습니다. 탕수육 해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주방으로 갔는데, 돼지고기도 없고, 찹쌀도 없는 상태랄까요. 준비된 재료가 없으니까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지요. 있는 거라곤 식용유와 소금 등의 양념뿐이라면, 아무리 좋은 프라이팬과 새로 산 요리도구들이 있어도 탕수육은 만들 수 없겠지요.

요리를 하기 전에 미리 그 재료를 준비해 놓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글쓰기에 익숙한 분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과정이 해결이 되지만,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이 구간도 어렵게 느껴지시는 겁니다.


1. 글감의 주재료 준비(파악)하기

탕수육을 만들려면 돼지고기가 있어야 합니다. 탕수육은 보통 등심이나 안심으로 많이 하는데요. 그냥 덩어리채로 있어봐야 요리가 안 되겠지요. 먹기 좋은 탕수육 크기에 따라 썰어줘야 합니다. 당근과 양파도 있어야겠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를 통째로 가져와 봐야 그걸로 글감을 만들 수는 없어요. 내가 세세하고 풀어낼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채를 썰어줘야 합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경험한 사소한 이야기, 거리에서 본 풍경, 나에게 온 연락, 친구와의 문자, 가족들과의 짧은 대화, 샤워하면서 들었던 생각, 유튜브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이야기, 점심에 간 식당과 내가 먹은 음식 등등 이렇게 먹기(쓰기) 좋게 채를 썰어 놓으면 하나하나가 좋은 재료가 됩니다. 여기서 저만의 필살기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 책곰쌤의 글쓰기 필살기 -1 : 조금 특별한 경험과 순간을 메모하기

 꾸준히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글쓰기 모드가 활성화되는데요. 그러면 '작가의 시선'이 발동하게 됩니다. 예컨대 우산을 잃어버린 일이 있으면, 평소 같으면 그냥 짜증 나고 말 것 같은 상황이 '작가의 시선'에서 이걸 어떻게 글로 써먹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달까요? 글쓰기를 통해 내 감정 속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객관적으로 내 상황과 감정을 모니터링하는 힘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특별한 경험이나 그것들을 통해 얻게 되는 생각들을 메모해 놓습니다. 이렇게 메모하는 게 미리미리 재료를 썰어놓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재료가 항상 구비되어 있다면, 요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우리가 여행이나 캠핑을 가서 바로 뭔가를 직접 요리해서 먹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지요? 네, 미리 준비해서 가지요. 물론 여행지에 가서 구입하거나 사 먹어도 되지만, 직접 해 먹는 맛이 더 특별하니까 그런 거겠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인데요. 위에서 소개한 저의 첫 번째 필살기처럼 평소의 경험을 짧게라도 메모해서 남겨 놓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게 되는데요. 저의 경우 대부분 제 사무실 데스크톱에서 글을 쓰지만, 바쁠 때는 노트북으로 쓰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쓰기도 하거든요. 역시나 재료가 준비되지 않으면 글을 쓰기 어렵지만,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들이 있다면 쉬워집니다. 다진 마늘을 한 번씩 쓰기 좋게 소분해서 얼려놓는다거나 대파를 미리 썰어서 얼려두곤 하잖아요. (어제도 그렇게 냉동실에 2개의 대파 봉지가 추가되었죠) 그런 것처럼 자주 쓰는 재료를 바로바로 쓸 수 있게 준비하는 게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 책곰쌤의 글쓰기 필살기 -2 : 다양한 메모툴 활용하기

메모를 해둔다고 하면 손바닥만 한 수첩을 떠올리시는 분들은 많은 데요. 참고로 저는 수첩은 쓰지 않습니다. 제가 메모하는 도구들은 다양한데요. 우선 스마트폰을 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영상이나 문장)을 발견했을 때는 무조건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로 전송해서 저장해 두는 편입니다. 어제도 우연히 본 인스타그램 영상 중에서 정말 좋은 것들이 많아서 3개 정도 보내두었는데요. 전부 다 활용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일단 나에게 보내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효과가 생기기도 할 겁니다. 다음은 노트인데요. 늘 들고 다니는 노트가 있어요. 그래서 앉아서 메모가 가능할 때는 늘 노트에다가 나의 생각이나 중요한 것들을 적어 둡니다. 세 번째는 브런치인데요. 어차피 글로 남겨야 하는 건 굳이 따로 메모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오늘 글도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떠올랐는데, 우선 제목과 짧은 내용만 메시지를 보내듯 저장해 둡니다. 제목과 내용은 글을 쓰면서 바뀌는 경우가 더 많은데요. 우선은 그렇게라도 남겨 놓으면, 내가 그 순간에 느꼈던 어떤 맥락이 고스란히 저장이 되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저장된 글을 불러오면, 내 생각을 이어서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3. 재료가 없으면 바로 구하면 된다.

요리를 시작했는데, 재료가 없으면 어떻게 하죠? 근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한 간단한 거라면 잠깐 나가서 사 오겠죠. 마찬가지로 글을 쓸 때도 재료가 부족하면 바로 사 올 수 있는데요. 저는 책장이라는 저만의 마트로 가서 재료를 보충해 오곤 합니다. 그래서 책방에서 글을 쓸 때가 확실히 더 좋은데, 바로 옆에 수많은 요리 재료가 널려있기 때문이죠..ㅎㅎ 

물론 위 상황은 긴급상황일 때겠고요. 우선은 평소에 꾸준한 독서를 통해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진 못해도 어떤 재료가 어떤 책에 있는지 정도까지만이라도 파악이 되면 바로바로 찾기가 쉬워지겠지요. 물론 그동안의 독서한 책이 많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지금부터 하나씩 찾아놓고, 배워놓고 만들어가면 됩니다.

평소에 독서하면서 좋은 문장에 밑줄을 그어놓거나, 그 페이지를 접어 놓거나, 그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어 놓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실제 요리와 글감이 다른 가장 큰 차이는 대부분의 글감은 시간이 지나도 전혀 상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특정 날짜의 뉴스나 유행에 대한 주제는 시간이 지나면 상해서 못쓰기도 합니다. ^^)

몇 년 전에 해놓은 메모라도 그것이 잘 숙성해서 최근에 있었던 일과 같이 섞어서 하나의 글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예컨대 어제 제가 적은 글이 그렇습니다. (#_진심 어린 조언의 반격 : https://brunch.co.kr/@listans/600) 공식으로 풀어 보자면 이렇습니다.

(몇 년 전에 읽은 책+ 몇 년 전 경험+ 며칠 전 경험) × 오늘 들었던 생각(메모) = 하나의 글


* 책곰쌤의 글쓰기 필살기 3 : 글의 레시피가 핵심

위의 공식에서 보듯이 글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글로 연결되도록 해주는 특정한 생각이나 감정들이 있게 마련인데요. 공식만 보면 언뜻 괄호() 안에 있는 이전의 경험들이 글쓰기의 메인 같지만, 그건 모두 재료들이고요. 오늘 들었던 생각과 그것을 메모해 둔 것이 "레시피"가 되어 줍니다. 요리를 만들 때도 레시피를 찾으면, 그에 따라서 필요한 재료를 하나씩 찾아서 준비할 수 있는 것처럼 글감 역시 핵심주제가 되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읽었던 책이나 이전의 경험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해하셨나요? 오늘 글로 한번 더 설명드려볼게요.

오늘 적고 있는 내용은 모두 이전에 제가 하고 있던 것들이고, 내용 하나하나는 강의나 글에 이미 적은 내용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오늘 일상의 경험을 글로 연결하는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찾아서 알려드리면 그게 꾸준히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매일, 꾸준히 글 쓰는 법"이라고 브런치에 메모해 두었습니다. 이게 오늘의 레시피인 셈이지요. 자, 레시피가 달라지니, 이전에 썼던 재료들을 가져다 써도 전혀 다른 요리(글)가 되는 것이지요. 



자,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매일 집에서 밥을 해 먹으려고 하면 밥도 미리 해놓고, 자주 쓰는 재료들은 미리 장 봐두고, 냉장고나 선반에 넣어두었다고 그날 먹고 싶은 메뉴에 따라 요리를 해서 먹는 것처럼, 글을 쓰는 과정에 비슷합니다.

평소에 내 경험(일상=직접경험 / 독서=간접경험)을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로 바꿔서 저장해 놓으면 글쓰기는 수월해집니다. 오늘부터 시작하셔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게 마련이니까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도 다 초보 시절이 있지 않았겠어요? 대신 지금부터 더 많은 재료들을 차곡차곡 내 글쓰기 냉장고(노트, 브런치, 카카오톡, 블로그, 노션, 에버노트 등)에 저장해 보세요. 점점 글쓰기가 쉬워질 뿐 아니라,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실 겁니다.



글쓰기는 내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설명드렸지만, 단순히 글만 쓰기 위해 쓰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 글이 나와 독자에게 의미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그 의미는 굳이 찾으려 애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내 일상과 독서의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의미들을 발견하고 느끼시게 될 테니까요.

처음에는 맛을 봐야만 요리가 잘 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지만, 요리가 늘수록 이미 진행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맛을 예상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글쓰기는 우리의 삶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인생 레시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여쁠 수도 있지만 그냥 평범하거나 못날 수도 있고, 제법 정숙할 수도 있지만 야하고 발랄할 수도 있죠. 하지만 사랑하면 우리는 연인에게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상연 작가는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라는 책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합니다. 사랑이란 그런 거죠. 모두가 완벽하고 예쁜 것만 사랑한다면, 세상은 결과적으로 전혀 아름답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란 그래서 특별한 것입니다. 내 눈에만 특별해 보이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내 눈에는 최고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나에게 최고의 친구인 존재가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친구일까요?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나 배우자가 모든 사람에게 멋일어 보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을 거예요. 사랑하니까 특별해지는 거죠.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사람과의 경험이 하나하나 쌓여서 만들어진 것임에 분명합니다. 


오늘 글쓰기의 재료를 모으고 글로 쓰는 것은 그래서 의미 있습니다. 내가 내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고,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자, 오늘은 어떤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오늘은 어떤 레시피로 글을 쓸지 1분만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 보세요. 매일 하루하루 그렇게 풍성해지는 읽고 쓰는 삶의 기쁨을 맛보는 건 맛있는 요리를 정성껏 만든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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