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맛있는 걸 먹으면 또 먹으러 갈까?
사람마다 활성화된 쾌락중추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만큼은 가장 활성화된 부분이 맛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유튜브 먹방의 종주국이니만큼 먹는 거에 있어서만큼은 진심이다라는 걸 문화적으로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음식이나 요리에 비유하는 걸 좋아하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아시다시피 도파민은 동기를 유발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이라는 신선한 자극을 통해 기분 좋은 느낌의 보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맛집을 지속적으로 찾게 되는 이유 역시 해당 음식을 먹으면 더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쇼츠 영상을 지속적을 보게 되는 것도 비슷한 도파민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게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 수 있는 영상들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서 뇌를 활성화시키고 도파민을 분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운동이나 음악을 통해서도 분비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악을 들을 때에도 먹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음악을 즐겨 듣는 이유도 우리 뇌의 보상체계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음악시장도 점점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나,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선보이려고 하는 것이죠.
이처럼 도파민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호르몬의 작용을 통해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어떤 자극에 노출되고 그 자극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자극에 노출되어 있고, 그 자극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내 몸과 정신의 일부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만큼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와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제가부터 명상이나 비움, 미니멀리즘과 같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얻는 방향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조차 내려놓는 방향의 활동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저는 이처럼 신선하고 좋은 자극에 반응하여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맛집을 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고 "맛집이론"이라는 걸 만들어 봤습니다.
즉, 우리가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그 습관을 내 일상 속의 "맛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를 땐 몰라서 안 먹지만, 일단 맛을 보면 멈출 수 없어서 자꾸 먹게 되는 것처럼, 좋은 습관도 어떤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 충분한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더 자주 좋은 습관을 반복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서는 맛없는 음식을 먹는 느낌과 비슷한 상태입니다. 학창 시절 수험공부를 하면서 했던 독서가 마치 맛없는 구내식당에서 매일 억지로 밥을 먹어야 했던 경험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사람들은 '이 지긋지긋한 구내식당도 이제 안녕이다'라고 외치면서 독서를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식당이 구내식당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맛집은 정말 많은데, 한 번도 가서 먹어보지 않았으니 맛있는 줄 모르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연애할 수 있는 내 취향에 꼭 맞는 책을 발견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그런 책을 만나 짜릿하고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또 그 맛집에 가고 싶을 테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들을 알게 되고, 뉴런이 서로 연결되면서 의식이 확장되고 막혀있던 생각의 벽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독서가 얼마나 맛있는 경험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단 독서뿐만이 아닙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헬스장이 마치 뷔페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내 몸 구석구석의 근섬유들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적당한 고통이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들고, 그 결과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아직은 먹으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훨씬 크긴 하지만, 단식을 하면서 속을 비우고 배고픈 상태에서 느껴지는 묘한 쾌감 역시 느껴 보고 나니 반복해서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곤 합니다. 결과적으로 하루 1끼~2끼 식사만 함으로써 음식을 먹을 때는 먹는 기쁨을 공복상태일 때는 비우는 기쁨을 둘 다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최적의 상태를 찾기 위해 진행 중입니다.)
일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을 통해 스스로 만족감을 얻고, 자기만족을 넘어 타인의 인정과 칭찬, 그에 따른 보상과 지위상승 등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일에서 성과를 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내적, 외적 보상을 받기를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이미 충분히 많이 벌었는데도 쉬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도 비슷한 보상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 주어지는 자극의 형태와 방향에 따라 내 행동은 대체로 내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됩니다. 의식보다 무의식이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니 의지로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 장수 한 명이서 수만 명의 적군을 상대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내 인생에서 무엇을 맛집으로 만들어 놓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나 결이 엄청나게 달라지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보다 지혜로워져야 합니다.
인생은 결국 저마다의 행복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일 겁니다.
그 행복이 단기간의 쾌락은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를 파괴하는 방향의 행위도 있고,
쉽게 보상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한번 잘 세팅해 놓으면 장기적으로 나를 더 건강하고, 부유하고, 지혜롭게 만들 수 있는 행동도 있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게 있는지 다 이해하실 겁니다. 다 알죠. 하지만 그걸 스스로 설계하는 게 어려운 일인 겁니다. 누군들 부자 되고 싶지 않고 몸짱 되고 싶지 않은 사람 어디 있나요? 누군들 책 많이 읽고 더 지적이고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게 좋은 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필요성은 알지만, 전혀 내 삶에 적용하는 방법은 모르는 겁니다. 술, 담배를 안 하는 사람도 원리는 같아요. 안 해봤거나 경험이 있더라도 불편하고 힘든 기억만 남아있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일 겁니다.
저는 왜 아무도 그렇게 중요한 걸 알려주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궁금했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정말 가르쳐야 하는 건 좋은 식습관과 운동을 통해 평생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면 좋지 않을까요?
책을 제대로 읽고 깊이 있게 사색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사유를 확장하고, 더 높은 차원의 생각을 하게 됨으로써 타인과 세상에 대한 공감력을 높이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서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꾸준히 성장하면서 하나씩 성취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집-학교-회사에서 주로 맴도는 삶이 아니라, 이토록 찬란하고 멋진 지구라는 별 곳곳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동물과 식물, 그 모두가 머물고 있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삶의 새로운 자극과 가슴 뛰는 경험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좋아하는 맛집과 좋아하는 장소가 매우 많습니다. 이전에는 내 삶을 활용하고 누리는 방법을 몰랐지만, 책을 읽고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내가 머무는 공간과 시간에 따라 삶의 질이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그런 경험의 경계를 조금씩 확장하면서 내가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느 공간에 머물게 하고, 어떤 경험을 선사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전에 여러 글에서 남겼듯이, 저는 지난 몇 년간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독서와 글쓰기라는 엄청난 맛집을 발견해서 지금은 매일 기분 좋고 맛있게 그 맛집을 누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운동과 간헐적 단식을 통해 새로운 맛집을 하나 더 늘여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삶 속에 최애 맛집은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