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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Feb 09. 2024

#_내 안의 어리고 여린 나에게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로 시작하는 조성모의 <가시나무>의 첫 소절처럼, 우리 안에는 여러 버전의 내가 존재합니다. 저는 그런 다양한 에고, 혹은 페르소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결핍에 사로잡힌 에고입니다.


칭찬에 굶주린 에고, 사랑에 목마른 에고, 인정을 바라는 에고처럼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사랑과 칭찬과 인정을 갈구하는 내가 늘 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돌아보면 이 모든 것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생긴 열등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나보다 더 잘난 사람(엄친아, 엄친딸)과 늘 비교되었거나, 설령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더라도 학교에서는 필연적으로 성적, 외모, 재력, 힘(싸움)과 같은 요소로 비교되어 왔을 겁니다.


한 가지만 놓고 보자면 언제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예컨대 성적이 가장 뛰어난 친구가 외모도 뛰어나고, 부자인 데다가 싸움까지 잘하는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캐릭터일지라도 자기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그로 인해 열등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100가지 항목에 100명의 1등이 있다고 한다면 그 100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열등감을 느낄 것이고 심지어 그 100명 조차 1등이 아닌 다른 항목에서는 열등감을 느낄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저마다 결핍을 가지게 됩니다.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결핍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가 관건일 뿐입니다. 그리고 결핍을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그 결핍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부끄럽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그것을 인정할 때만 그 결핍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똑똑한 편이었습니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던 건 아니지만, 요령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헛똑똑이가 되어갔습니다. 내실이 없어도 사람들이 나를 똑똑하게 봐주고 인정해 주는 게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 위한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여전히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깨닫게 된 건은 내가 '허세만 가득한 헛똑똑이'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깊이 깨닫고 나를 더 알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고, 무언가를 더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인풋이 늘어나고, 새로운 아웃풋이 생겨나면서 나 자신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원래 그렇게 생긴 놈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내가 했던 생각에 의해서 내가 결정되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의 결과물이라면, 미래의 나는 지금부터 내가 만들어갈 환경으로 결정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은 무엇을 추구하느냐, 누구를 만나느냐, 무엇을 읽고 공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걸 알고 나니, 이전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졌습니다. 이전의 내가 아무리 부족하고, 모자라고, 헛똑똑이였더라도, 지금부터 하나씩 바꿔나가면 분명히 달라질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책 읽는 것이 정말 즐거워졌습니다. 책 속에 나를 더 나은 나로 이끌어줄 너무나 훌륭한 스승님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 사업의 스승은 츠타야 서점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이고,

저의 글쓰기 스승은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입니다.

저의 철학 사부님은 '프리드리히 니체'고, 명상은 '틱낫한'스님과 '조세프 응푸엔'입니다.

자기계발 사부님은 타이탄의 도구들을 쓴 '팀 페리스'와 원씽의 '게리 캘러/제이 파파산'이고,

최근에 새롭게 생긴 저의 노트 선생님은 세컨드 브레인의 '티아고 포르테'입니다.

마케팅 사부님은 '게리 바이너척'과 '댄 케네디'이며, 투자 사부님은 '피터 틸'입니다.

다 열거하자면 너무 많을 것 같네요. 모두 책을 통해 만났고, 책으로 배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책을 읽으면서 나의 모난 자의식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고, 나 자신을 조금 더 현명하게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나의 결핍에서 비롯된 알량한 욕심인 경우도 많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사랑은 떼어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바다처럼 충만하고, 강물처럼 흐르고, 비와 눈처럼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헛똑똑이 시절에는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하기보다는 겉으로는 인정하지만, 속으로는 무의식 중에 깎아내리려는 성향이 강했음을 알았습니다. 나의 못난 자아를 지켜내려는 방어기제였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 부족한 사람을 찾아야 위안이 되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니 당연히 그들과 좋은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고,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와 학력,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그 부분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완벽하지 않습니다. 자의식의 방해는 여전하거든요.)

그렇게 불완전하고 엉성하게 전진해 나가는 게 훨씬 좋은 방법임을 배워갑니다.


여전히 제 안에는 어리고 여린 에고가 잠들어 있습니다.

언제 깨어나 마치 5살 아이처럼 땡깡을 피울지 알 수 없습니다.

10대 사춘기 소년처럼 언제 우수에 잠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을 잘 보듬어 가며 오늘도 잘 살아보려 합니다.


인간은 완벽하지도 않고, 완벽할 수도 없지만,

그 닿을 수 없는 이상을 향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만큼은

완벽하게 아름다울 것입니다. 꽃과 나무들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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