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고, 마시고, 먹는 일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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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생명의 근간이므로 호흡을 현명하게 다루는 것이 몸을 이해하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깊고 천천히 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 나의 몸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훈련해야 하는 것처럼 호흡을 통해 우리는 자기 통제력의 가장 작은 단위를 연습할 수 있습니다. 5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다시 5초간 천천히 숨을 내뱉어 봅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12번 호흡을 해 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3분 동안 내 몸을 잠시 통제하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이렇게 숨 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알다시피 우리 몸은 의식하지 않아도 알아서 숨을 쉬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저 짧은 순간 스스로 숨을 통제함으로써 나를 보다 정확하게 느끼고, 자신을 통제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몸과 영혼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 몸이지만 100% 내 마음과 의지대로 쓸 수 없습니다. 내 몸과 영혼이지만,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전혀 통제하고 있지 못하면서 나를 내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나를 통제하지 못하면 세상과 연결된 무의식이 나를 통제합니다. 지혜의 출발점은 현재의 내가 나 자신을 거의 통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무지에서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무지한 상태임을 아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호흡을 하며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 얼마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랍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얼마나 미약하고 보잘것없는지 알면 크게 놀랄 것입니다. 나라는 허상을 내려놓고, 진짜 나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단지 호흡을 짧은 시간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토록 큰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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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다음으로 우리가 통제해야 하는 것은 음식(飮食)입니다. 이 한자의 순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마시는 것(飮: 마실 음)이 먼저고, 먹는 것(食 : 먹을 식)이 나중입니다. 반대로 먹고 마시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후 이 글에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마실거리와 먹을거리로 구분하여 설명하겠지만, 통상적인 표현에 따라 마실거리는 물이나 술, 음료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대신 음식이라는 단어는 먹을거리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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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호흡 다음으로 생명에 중요한 요소는 물입니다. 우리 몸의 대략 2/3는 물입니다. 어린아이일수록 이 비율이 높고(70~80%), 나이가 들수록 이 비율이 낮아집니다. 즉, 물이 곧 생명의 근원입니다.
지구의 70% 이상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 반대 비율이라면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사라질 것입니다.
물을 마시는 것은 숨을 쉬는 것처럼 나에게 생명을 공급해 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습관적 요인으로 인해 물의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생깁니다.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몸에 불편한 곳이 많아집니다. 물이 곧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섭취를 줄이고,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천천히 원래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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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은 단순히 내 몸에 필요한 연료가 아니라, 내 몸 자체입니다. 내 몸을 이루는 것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꼭 필요한 것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것은 내보내는 것이 우리 몸의 기본 기능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지 않거나, 불필요한 것을 반복적으로 주입함으로써 몸에 무리가 옵니다.
가장 나쁜 것은 불필요한 것을 많이 먹어 배부르게 하면서 정작 꼭 필요한 것을 먹지 않는 일입니다. 현대 사회의 수많은 건강문제가 이 단순한 원인 하나에서 엄청나게 파생됩니다. 심지어 무엇이 나쁜 음식이고,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 명확히 구분할 줄도 모릅니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하나씩 열거하면 끝도 없겠지만, 아주 단순한 기준 하나만 기억하기 바랍니다. 가공하지 않았거나 최소한의 가공만 한 상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건강한 음식일 가능성이 높고, 가공을 많이 해서 본래 그 재료의 형태가 바뀔수록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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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섭취의 균형이 깨져 있는 경우에는 배고픔과 먹고 싶은 음식 역시 그 균형이 깨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내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육체의 부담과 고통이 커지게 됩니다. 몸에 부담이 되는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우리 몸은 그 음식들을 소화해 내기 위해 몸의 상당량의 에너지를 가져다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원래라면 20%의 에너지로 충분한 일을 50%의 에너지를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생명을 위해 먹는 것인데, 먹기 위해 생명(에너지)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소화를 하기 위해 최소한 3~4시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간격으로 다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상당량의 에너지를 매일 여러 번 가져다 써야 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몸의 불균형이 심화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지혜로운 사람들은 음식을 절제하는 방법부터 배우고 익혔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어쩐 일인지 음식에 대한 지혜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각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올바른 식사예절과 식습관을 훈련해 줘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이전에 배웠더라도 혹시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다면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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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일입니다. 모든 먹을거리는 생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생명이 주는 에너지를 공급받는 일입니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삶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훈련입니다. 그만큼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우선은 음식 섭취의 균형을 리셋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합니다. 일정 시간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단식하는 것입니다. 단식이라고 해서 대단한 건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먹을 수 없습니다. 일정량을 먹고 나면 반드시 더 이상 먹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대인들은 식사의 간격이 너무 짧고, 너무 많은 양을 먹도록 습관 들여왔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만 대체적인 소비량을 볼 때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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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을 하게 되면 우리 몸은 처음 세팅값으로 되돌아옵니다. 그걸 무조건 건강해진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에게 단식이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이전까지 내가 지속적으로 불필요한 음식을 과하게 먹고 미처 다 분해하지 못한 독소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0으로 수렴하는 것이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뿐입니다. 반대로 충분히 건강하게 먹고, 마시며 몸의 균형이 최적의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단식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이미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0으로 수렴하는 것은 나빠지는 방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단식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맹신하면 안 됩니다. 다만 단식을 통해서 우리 몸이 다시 제로세팅이 되면 새롭게 플러스를 만드는 식단으로 바꾸기가 수월해진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숨 쉬고, 마시고, 먹는 것.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이 단순한 행동 3가지만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면, 인생에서 뜻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 몸을 통제하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그렇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더 큰 영역도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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