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이 당신을 자유케 하리라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무거나 막 쓰려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그게 다 글쓰기 근육이 없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왜 오랫동안 팔이나 다리에 깁스를 했다가 풀면 근육이 빠져서 힘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처음엔 가볍게 근육을 풀어줘야 합니다.
글쓰기 근육을 풀어주는 가장 좋은 처방이 바로 세줄 쓰기입니다.
세 줄만 써보자고 생각하면 크게 부담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세줄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잘 쓰고 싶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훈련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죠. 정말 부끄러운 것은 오히려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서 정작 시작조차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첨엔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잠시 멈췄더라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쓰면 됩니다. 나만 신경 쓸 뿐, 사람들은 내 글과 내 생각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글을 쓰다 보면 사람들의 무관심에 적응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의 시선에서 왠지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세줄 쓰기를 한 달만 지속해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처음부터 좋은 책을 쓸 수 없고, 처음부터 멋진 문장이 뚝딱 써지지 않습니다.
같은 주제로 비슷한 글도 여러 번 적어 봐야 합니다. 이미 한번 썼다고 다시 안쓸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더 많이 써보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충분히 글로 잘 표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내가 꼭 다루고 싶은 중요한 주제라면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번 쓰면서 오히려 글이 좋아지게 됩니다.
아, 잠깐만요. 다 알겠는데, 시작부터 뭘 쓸지 막막하다고요?
그러면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하나 드릴게요. 지금 책장에서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을 한 권 펼쳐보세요.
다 읽으라고 안 합니다. 목차에서 읽고 싶은 꼭지 하나를 찾아서 그 부분만 잠깐 읽어보세요.
내가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라면, 그러고 싶은 이유가 분명 있었을 테고, 뭔가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문장에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글을 쓰면 됩니다.
우리가 언제 말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 보면 됩니다.
친한 사람, 나랑 잘 맞는 사람이랑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나도 덩달아 말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내 생각을 말하게 되잖아요. 같은 원리로 나랑 잘 맞는 책과 잠깐이라도 대화하다 보면 글이 많아지게 될 겁니다.
언제나 좋은 인풋은 좋은 아웃풋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니까요.
저도 출장 다녀오느라 하루 쉬었네요. 아마 제가 말하기 전엔 모르셨을 거예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은근슬쩍 시작해 보는 겁니다. 우선 세줄만 목표로 말이죠.
당신에게 멋진 세줄의 마법이 일어나길.
세줄이 당신을 진정으로 자유케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