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_카페 사장님이 미인이시네요

관계와 말에 대한 단상

by 변대원

눈이 내리는 아침.

지난 주말 회의하고 정리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무실로 나선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고 싶은데, 평소 가던 카페는 앱을 열어보니 연휴라 쉬는 모양이다.

자연스레 두 번째로 애용하는 카페로 향했다. 다행히 방금 오픈한 모양이다. 아직 키오스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좀 기다려야 한단다. 그런데 평소 직원과 달리 조금 나이가 있는 중년여성분이었다. 마침 현금이 있었기에 혹시 현금으로 결제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고 밝은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가능하다고 하셨다.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여쭤보았다.


"연휴여서 직원분들은 보내시고, 오늘은 사장님이 직접 출근하셨나 봐요."


역시 그랬다. 내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단순하다.

직원들은 주어진 일을 '수행'하지만, 매장의 주인은 그곳을 '운영'한다. 표정이나 말투, 응대를 하는 친절함의 온도가 확실히 다르다. 그럼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커피를 건네받을 때 한마디 더 건넸다.


"사장님이 미인이셔서, 직접 나와서 운영하시면 더 매출이 올라갈 것 같아요"


사장님은 활짝 웃으시며 감사하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남기고 가게를 나왔다. 혹시 그런 표현이 실례가 되지 않을까 잠깐 망설였지만, 연휴 때 알바직원들 대신 출근한 사장님에게 하루영업을 시작하는 덕담으로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기쁜 표정을 지으셔서 나 역시 같은 기쁨을 느꼈다.


말에는 힘이 있다. 칭찬은 더욱 힘이 세다. 그래서 칭찬을 좋아한다.

긍정적인 말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까지 함께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함부로 칭찬을 남발하진 않는다. 어떤 대화든 최소한의 배려와 원칙은 필요하니까.


진심으로 느낀 부분만 칭찬한다거나, 사소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특별하게 느껴진 것에 대해 칭찬하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잘 보이기 위한 말이 아니라, 상대방에서 도움이 되는 말을 하고자 한다. 잘 보이려고 하는 말은 필연적으로 부풀려지기 쉽고 결과적으로 진실되지 않게 느껴진다. 칭찬뿐만 아니라 모든 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이어야 하기에 진실성만큼 중요한 건 없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칭찬받고 싶어 하지 평가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말이 자칫 상대에 대한 평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잘생겼다, 예쁘다, 성격 좋다 등의 말은 때론 강력한 칭찬의 언어가 되어주지만, 때론 매우 불쾌한 평가의 언어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글을 적는 나 역시 그런 기준을 잡는 게 늘 어렵다.

카페 사장님 덕분에 관계와 말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된 아침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