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존중감의 실체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좋아한다. 다만 종종 가까 자존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멀리하는 편이다.
가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만 존중하지만, 진짜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만큼 타인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랄까.
종종 만나는 사람들 중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사고가 자기중심이고, 자신에게 이롭고 편한 것만 추구하는 부류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가짜 자존감의 사례라고 하겠다. 자기만 모르게 회사에서 빌런으로 군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럼 자존감의 진짜와 가짜의 구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존감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보자.
자존감(自尊感)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의 줄임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을 존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마음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존중'과 '가치'라는 단어다.
내가 나를 존중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
내가 가진 가치를 무엇인가?
이 질문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나의 자존감이 가짜가 될 수도 있고, 진짜가 될 수도 있다.
먼저 나를 존중한다는 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자기 마음대로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아이를 존중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진정한 존중은 마음이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존중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고, 놀고 싶을 때 마음대로 놀 수 있게 방치하는 건 존중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더 유익한 행동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존중이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성장하기 위해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게 스스로 지원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다음으로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다행히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덕분에 그저 한 명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존중받고 보호받는다. 하지만 그건 보편적 가치이고, 개인의 가치를 조금 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즉,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에 따른 가치다. 우리나라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이유는 당장은 세상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그 아이들이 시간이 흘러 이 나라의 주역이 되고,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세상에 기여하는 가치'가 조금 추상적이라면 개인의 차원에서 '타인에게 기여하는 가치'라고 해석해도 좋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로 판단되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자존감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의 가치를 자기 자신에게만 국한해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온갖 불만과 불편한 감정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소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경우다. 그런 건 자존감이 아니라 알량한 자존심에 기인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소중하다면 타인도 소중하고, 내가 가치 있다면 타인도 가치 있다. 우리가 타인을 보는 가장 현명한 태도는 현재의 그 사람만 보지 말고, 그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나 자신이 늘 결심과 포기를 반복하고,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더 잘 살 꺼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니까. 나한테만 관대하지 말고 타인에게도 같은 원칙으로 관대해지면 되는 일이다.
요즘 우리 나라에 극우성향의 정서들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형적인 가짜 자존감과 비슷하다. 자기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는 식의 발상이다. 법원도 틀렸고, 국회도 틀렸고, 경찰과 헌재까지도 부정한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불법적인 선동과 폭력을 정당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부지법의 폭동은 선동한 사람도 가담한 사람도 모두 크게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이 타인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대화와 타협이 아닌 폭력뿐이라면 관용 또한 불필요하다.
진짜 자존감은 그저 나만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의 근간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을 말잘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는 사람이 진정한 대화의 고수다. 마찬가지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내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라고 착각해선 안된다. 진정한 자존감은 나를 존중하듯 타인을 존중한다. 반대로 타인을 배려하듯 나 자신도 배려할 줄 안다. 스스로 가치있다고 느끼는 만큼 타인의 가능성도 무시해선 안된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서로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