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어떻게 추억이 되는가
부산에 출장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부산에 가면 꼭 들리는 단골식당이 있습니다. <서울깍두기>라는 곰탕집인데, 제 입맛에는 최고의 맛집 중 한 곳이라 부산에 가게 되면 꼭 한 번은 들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가게 매니저님이 저를 기억하시더군요.
처음엔 한 달에 한번 오는 손님을 도대체 어떻게 기억하는 거지라고 신기하게 생각했다가 문득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한 달에 한번 부산에 출장을 오는데 올 때마다 곰탕 먹으러 꼭 온다고 얘기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대체로 빈도에 비례해 높아지지만 기억하기 좋은 스토리가 있을 때 훨씬 강력하게 작동하곤 합니다.
어쩌면 단골집의 기준은 단순한 방문빈도가 아닌 방문스토리가 더 큰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곳의 저의 단골집이 맞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모든 문장과 장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신 왜인지 모르겠지만 딱 뇌리에 박힌 특정 문장과 장면이 떠오르죠. 최근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친 로제의 <아파트>나 벌써 10년도 넘은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그런 특정 멜로디가 뇌에 각인되듯 오래 맴돕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제법 큰일이었는데도 쉽게 잊히는 일이 반면 아주 사소한 일인데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일이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어쩌면 삶이란 그렇게 남아있는 기억들로 꾸며진 방이 아닐까요? 곰탕을 먹으러 왔다가 오늘도 추억을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