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포인트

by 문효광

그는 화면 속에서 부를 쌓았다. 픽셀 하나, 코드 한 줄, 가상 땅 위에 솟아오르는 건물과 전장에서 승리할 때마다, 전 세계 아이들의 코묻은 돈과 어른들의 지갑이 그의 손끝을 스쳤다. ‘스나위이니프’라는 이름 아래, 그는 수십억의 전리품과 수많은 스킨, 그리고 무수한 승리의 순간을 수집했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화면 속 그 누구보다도 조용했다. 그는 메타버스에 눈을 돌리는 대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미국 어느 주의 끝없는 야생, 수만 에이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흙 냄새, 숲의 숨결을 담은 공간. 그의 손길은 그곳에서 멈추었다. 아무도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법적인 대못을 박았다. 자연이 살아 숨쉴 ‘영원한 세이브 포인트’였다.

사람들은 우주를 향한 꿈, 벙커를 쌓는 욕망에 열광했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화성으로, 우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화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가상 세계에서 쌓은 부를 현실의 나무에, 흙에, 그리고 미래 세대가 숨 쉴 공기에 투자했다.

그의 숲 속을 거닐 때면, 그곳은 어떤 게임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람이 잎을 스치고, 햇살이 땅 위를 춤추듯 비추었다. 모든 것이 살아 있었고, 아무것도 그의 손끝에서 조종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곳의 작은 일부가 되어 숨을 쉬었다.

“가장 완벽한 세계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세계다.”

화면 속 ‘승리’와 현실 속 ‘보존’ 사이의 간극은 역설적이었다. 세상의 수많은 게이머들은 자신이 결제한 스킨과 배틀패스가, 사실은 숲 속 나무 한 그루를 살리는 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그들은 단지 게임 속 캐릭터를 꾸미며 즐거워했을 뿐이다.

그의 세이브 포인트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픽셀로 쌓은 부를 현실로 번역해, 미래를 위한 숨겨진 안전지대를 만든 사람.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해도, 그는 알고 있었다. 진정한 부자는 가상 세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현실 세계를 지켜낸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화면 속 세계를 떠나 숲 속을 거닐 때, 그는 미소 지을 것이다. 세상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조금은 안전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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