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by 문효광

어머니, 저는 아직도 문단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몇 번이나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습니다. 원고지 위에 쓴 문장들은 마치 돌담 너머로 던진 말들처럼, 어디에 닿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한 편, 두 편, 열 편이 넘는 글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습니다. 그 침묵은 큰 폭음처럼 제 귀를 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머릿속에서 웅웅거립니다.

어머니, 제 문장들은 여기저기 잘려 나갔습니다. 문체는 미숙하다고, 시선은 낡았다고,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합니다. 활자 하나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같은 언어로 글을 쓰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왜 제 글은 그들 곁에 설 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왜 글을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밤을 새우고, 퇴고를 거듭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이 복잡한 마음을 어머니께 털어놓지 않으면 도무지 가라앉질 않습니다. 지금 제 곁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원고들이 쌓여 있습니다. 모두들 발표를 기다리는 듯, 심사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엎드려 있습니다. 저도 그들 사이에 엎드린 채 이 글을 씁니다. 문단은 오늘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언제 연락이 올지, 다시 고쳐 쓰라는 말이라도 들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어머니, 경쟁자는 너무 많고 자리는 너무 적습니다. 저희는 고작 한 줄의 가능성을 붙잡고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겁이 납니다. 그래도 이렇게 어머니께 말을 걸고 있으니, 조금은 숨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어서 이름 석 자를 걸고 제 글을 세상에 내놓고 싶습니다. 어제는 원고를 출력해 제 손으로 묶었습니다. 잉크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 종이를 넘기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학창 시절 공책을 챙겨주시던 그 손길과, 지금 제가 혼자 정리하는 원고의 의미를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원고를 묶으면서 왜 폐기된 원고함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어쩌면 이번에도 떨어질지 모릅니다. 수없이 많은 글들 사이에서 제 글이 살아남을 것 같지가 않아서입니다.

어머니, 포기가 무서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끝내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돌아갈까 봐, 그게 조금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쓰겠습니다. 꼭 써서 닿고 말겠습니다. 제가 살아남겠다고 다른 누군가의 글이 대신 사라지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제 자리 하나쯤은 허락받고 싶을 뿐입니다. 글의 신은, 아직 미숙한 저 같은 사람도 언젠가는 불쌍히 여겨주시겠지요.

어머니, 이렇게 쓰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언젠가 등단 소식을 전하며 어머니 앞에 앉고 싶습니다. 그날에는 괜히 소박한 밥상이 더 그리울 것 같습니다. 평범한 집 밥을 먹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고 싶습니다.

아, 다시 원고를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떨어져도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아니요, 안녕이 아니지요.

다시 쓰고,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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