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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터뷰 비법과 언어교육

- '영어'인터뷰이지만 '영어'가 해답이 아닌 이유

by 가이아

"영국 신문 '가디언'은 8강전 직후 "로저 페더러와 토마시 베르디흐 중 4강전 상대로 누굴 원하냐"는 질문에 "반반"이라고 한 정현의 위트를 놓고 "외교관급 화술"이라고 칭찬했다." (중앙일보 기사 중에서)


연일 정현 선수가 화제에 오르네요. 어제도 점심을 먹는데 옆에 앉은 네 가족이 식사 내내 정현 선수에 대한 평가와 팩트체킹을 하고 있더군요.


junghyun_interview.png 노바크 조코비치와의 경기 후 정현 선수. "그는 나의 아이돌"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자신감과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JTBC 영상 캡처)


요 며칠 그의 테니스 실력만큼이나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인터뷰 실력에 대한 칭찬인데요.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테니스의 완성은 인터뷰죠. 영어 인터뷰."


"저희는 영어로 테니스를 아니, 테니스로 영어를 가르칩니다. 스포츠와 영어의 혼연일체!"


"저희는 오래전부터 태권도를 영어로 가르쳐 왔습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아요."


쓰다가 보니 정말 일부 학원 개설과목으로 낙점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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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영어 공부해서 정현 선수처럼 멋진 인터뷰를 해야지!


그런데 말입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정현 선수의 적당한 유머가 담긴 절묘한 인터뷰는 '영어'공부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소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나왔다고 봐야겠죠. 모국어 외에 영어학습을 열심히 해서 나온 결과라기보다는 언어를 공부하는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사에도 나오지만 특정 문화에 대한 관심, 주도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연습 등이 멋진 인터뷰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를 표현의 암기가 아닌 문화적인 산물로, 의사표현의 매개로 배운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데 있어 정현도 교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고요.


흔히들 유머 '감각'이라고 말을 하죠. 감각은 단기간에 암기하거나 체화할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의 경험과 고민, 깊이 있는 학습으로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적절한 유머의 구사는 복잡한 인지적, 정서적 요인에 대한 고려와 순간적인 판단을 요하는 고도의 언어능력입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을 비루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즐거움과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즉석해서 만드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영어로 저런 멋진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모국어 교육에서부터 적절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말하기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용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232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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