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 설 Mar 26. 2023

나는 집사가 아니다

고양이를 모시고 삽니다만

 10월 8일생 남냥이를 데리고 온 지 벌써 백일이 지났다. 고양이가 처음인 우리 가족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고, 가끔 오해도 있었다. 가령, 살짝 깨무는 정도를 무조건 입질이라고 생각한다던가, 이젠 정도에 따라 놀이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청소기를 꺼낼 때마다 하던 하악질이 공격의 의도라고 생각한다던가, 청소기 모터 소리가 무서워서 자기 보호를 위한 방어였다는 건 고양이의 문제행동을 공부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고양이와의 동침은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고, 〈야행성이라 새벽까지 부산스럽다.〉 생각보다 예민한 동물이라 사람이 신경 써줘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고양이 보호자를 집사라고 부르나 보다.〉 그리고 세상 겁 많은 자존감 높은 동물이라는 것도 녀석을 통해 배웠다.      


 고양이를 관리하는 건 내 몫이다. 주말이 되면 고양이를 담요에 감싸고 눈물 자국을 닦아주고 귀를 청소하고 발톱을 깎아 준다. 세상 얌전한 고양이다. 그 얌전한 모습이 내겐 애교로 다가와 간식을 주게 하지만 어린 냥이에게 간식은 간에 무리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자중하려고 노력한다. 분리 수면 중인 고양이는 하루 중에서도 아침에 그 애교가 최고점을 찍는다.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면 안방 문을 긁어 댄다.


 ‘인간 녀석들아, 좀 부지런해져라. 그렇게 자놓고도 잠이 오냐. 그만 일어나 나에게 얼굴을 내비쳐라!’     

  

 기척이 없으면 제풀에 지쳐 소리가 줄었다가 움직임의 소리가 포착되면 귀신같이 문 앞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낸다.     


 ‘문 열어!!’     


 고양이의 성화에 문을 열고 나면 시치미 대장이 된다. 세상 착한 울음소리로 머리를 비비며 사랑을 표현한다. 이렇게 표현에 적극적인 동물은 처음 본다. 따로 훈련하지 않았는데도, 화장실을 옮겨놔도 똑똑한 고양이는 화장실을 잘 찾아간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너무나도 도도하고 고급스러운 자태로 캣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기분을 광합성한다. 이름을 부르면 절대로 천방지축 뛰어오지 않는다. 사람모델보다 더 뛰어난 워킹으로 유유히 다가온다. 함께 할수록 궁금한 동물이다.


특별출연. 우리 집 사람아이 둘째
작가의 이전글 파티션 안의 작은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