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창업을 앞둔 내가 가장 먼저 떠올려 본 주제였다. 창업은 분명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거다. ‘망하면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일단 회사를 차린 이후에는 좋을 때든 나쁠 때든 머릿속에서 떠날 수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사업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전통적으로 사업은 ‘부’를창출하기 위한 거다. 돈을 버는 것 말이다. 돈을 버는 방법은크게 둘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직장 혹은 직업을 얻고 급여(Salary)를받는 것이다. 받은 급여의 일부를 저축혹은 투자함으로써 자산(Asset)을증식할 수 있다.
둘째 생산 수단을 갖는 것이다. 공장을 짓거나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이건 실패하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질 수 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운영할 경우 부가가치를 크게 생성해낼 수가 있다. 얻을 수 있는 ‘부’의 규모가 전자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때문에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생산수단을 확보하거나 육성해내서 ‘부’(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좋은 제품(ex. 반도체)과생산 수단을 가진 사업자들이 많은 부를 쌓아 성장해 왔다. 과거에 창업 오너들이 ‘생산 수단’을 남들보다 먼저 확보하는 방식은 더 큰 자본과 빠른 정보습득에 있었다. 인맥을 통해 인싸가 되면 자본과 정보 면에서 경쟁자보다 높은 성벽과 깊은 해자를 팔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이는 곧 사업의 성공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 자본과 정보는 더 이상 경쟁력(격차)을 만들지 못한다. 자본은 넘쳐나고 정보는 누구나 거의 같은 속도로접근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생산 수단을 갖는 방식만으로는 경쟁 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의 창업은 다른 정의를 가져야만 했다. 그건 남들보다 발 빠르게생산 수단을 점유해서 돈을 버는 방식일 수 없다. 그 방법은 이미 지나치게 경쟁자가 많고 기존 사업자를 이길 수가 없다. 크든 작든 공동체의 복리를 높일 수 있는 비전(가치)을 제시해서 많은 동조자(Follower)와 팬덤(Royalty)을 쌓아야 한다.
사업 성공의 방정식이 바뀐 것이다. 기존 세상(Legacy)에 있었던 것보다 더 나은, 더 훌륭한, 더 필요한 대안을 창출해내는 것, 그걸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 이른바 ‘혁신’이 곧 요즘 사업의 목적이자 방법이 된 것이다.
이 책 <코카콜라가 감동한 어니스트 티의 기적>은 내게 ‘사업은 곧 혁신’ 임을 깨닫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은 ‘어니스트 티’라는 음료 브랜드를 창업한 사제 지간 세스와 베리의 창업 기를 다뤘다. 세스가몸으로 뛰면서 사업해온 과정을 현업 예일대 교수인 베리가 경영학적으로 분석하고 깨달아온 것들을 서술하는 형식이다.흥미로운 것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가 수월했다.
‘어니스트 티’는 연간4,000여 종의 신상품 음료가 퇴출되는 극악한 레드오션인 미국 음료시장에서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었다. 창업자 세스와 베리 모두 기존 음료 시장의 경험자가 아니었다. 다만그들은 단 음료(코카콜라)보다는 더 건강하고, 몸에 좋은 음료(차) 보다는 더 맛있는 ‘대안 음료’ 시장이 아직 없다는 것을 간파했을 뿐이었다.
그 대안을 제시하면서 세스와 베리는 소비자가 마케팅에 현혹됨 없이 자기 몸에 맞는 것을 선택할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성분을 아주 길고 상세하게 라벨에다 기입한 것이다. 반 마케팅 적인 방식이었다. 내용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포장을 설계했는데, 그 방식은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제품 명에 ‘어니스트’(정직)를 써넣었다. 그들이 선택한 ‘혁신’은 바로 정직함이었다.
책 속에서 창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키워가는 과정은 창업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일들이다. 제품 개발, 인사 문제, 시장개척 등등… 달리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딱 하나다른 것은 창업자들의 초기 마음, 바로 제품의 이름에 ‘어니스트’를 쓰고 소비자에게 맛있는 건강을 설득하고 제안한다는 방식을 어떤 어려움에도 지켜 나갔다는 점에 있다.
마케팅을 하지 않았던 ‘어니스트 티’는 수년간의 우여곡절과 고난을 겪은 끝에 상원 의원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까지도 애용하는 음료가 되었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PPL이 아님에도’ 알아서 광고하는 음료가 되었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듯 ‘어니스트 티’는 셀럽의 음료이자 대중이 신뢰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들이 기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선택한 ‘정직’이란 표어는 연매출 5,500억 원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나는 <코카콜라가 감동한 어니스트 티>를 읽고 창업을 했다. 와이낫 미디어가 선택한 혁신은 새로운 세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소비 환경이다. 승자 독식과 스타 마케팅의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창작자와 함께 처음부터 키워가는 이야기와 재미의 가치 사슬을 추구하려 했다. 사실 누군가 내게 우리 사업의 ‘혁신성’에 대해 질문하면 똑같은답을 해도 쉽게 이해시키지 못한다. 그건 더 거대한 공유 경제 모델이나 AI 기술 같은 것에 비해선 사소해 보이기때문이다. 혁신은 세상에 없던 파격적인 무엇이라기 보단 기존의 한계와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질서라는 것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평균 연령 스물예닐곱이 창출하는 와이낫 미디어의 기획 제작 편성 마케팅 방식이 기존 시장(레거시)의 방식을 바꾸어 가고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 갈 것임을.. 그게 결과적으로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것을.. 그게 내가 창업한 이유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바꾸지 않을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