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쵸, 진짜 잘 생겼었잖아요!

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by 하루


시댁 스트레스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난 세상 편한 며느리이다. 그 스트레스라는 것도 상대가 누구든 간에 대면하여 만나는 일 자체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나에게는 굳이 시댁이 아니라도 기가 쭉쭉 빨리는 고단한 과정이기는 하다.


명절이나 시부모님 생신, 어버이날처럼 특별한 날이면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생일상을 차리고, 선물을 마련하는 등등의 수고로 심신의 몸살을 앓는 며느리들이 많다는데, 우린 식당을 예약하고 가족들이 모여 모두가 똑같이 맛있는 식사를 한다. 따로 음식을 준비하지도 않고, 쌓인 설거지를 하지도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아닌가.




그날도 시부모님과 형님 댁 가족, 그리고 우리 가족이 모여 식사를 했다. 가족끼리 모이면 늘 그렇듯 옛날이야기가 줄줄인데, 매번 비슷한 이야기들이지만 어쩌다 듣는 새로운 에피소드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내편과 형님은 세 살 터울의 남매인데, 어릴 때부터 형님의 체력이 남달라 보통의 남자에게도 뒤지지 않았기에 내편은 누나에게 대든 적이 없다고 했다.


형님은 학창 시절 공사다망하여 남매는 집에서 들고 나는 때에만 얼굴을 보는 정도였는데, 가끔.. 형님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좀 생긴' 남동생을 데리고 나갔다는 이야기였다. 듣다 보니 옛날이야기를 빌어 동생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냄이 여지없이 느껴졌다.



형님: 얘(동생)가 좀 생겼어서 내가 친구들 만날 때 데리고 다녔었지.

그쵸, 진짜 잘 생겼었잖아요 (눈 땡글, 맑은 광인의 눈)



잠깐 스쳐 지나간 형님의 표정은 적잖은 당황스러움과 '얘 좀 봐라' 느낌으로 피식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내편이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왜에? 나 진심인데?

내편: 그래 진심인 거 아는데, 너무 진지하게 그러니까 좀 부끄럽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팔불출이었다.

'팔불출'은 본래 중국 황제가 인재를 등용할 때 세상에 내보내지 말아야 할 8가지 유형의 사람을 의미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내세워서는 안 되는 8가지'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자기 자랑, 배우자 자랑, 자식 자랑, 학벌 자랑, 가문 자랑, 재산 자랑, 형제 자랑, 친구 자랑.


그 자랑거리를 나의 잘 난 맛으로 내 건다면 불출(不出) 해야겠지만, 나의 자랑은 소중함과 감사함이다. 세상엔 내지 못했지만, 글에 담아 전하는 고마움이다.



나는 원래 거짓말을 잘 못한다. 너무 티가 나서.

그렇기에 나는 진심이었다. (정말 잘 생겼었으니까. ► 과거형이다..)

연예인 누구를 닮았다는 얘기도 듣고, 밴드부 보컬을 하며 나름 소소한 팬클럽도 있었다고 했다. 결혼 전 지인들에게 인사할 때도 '남자친구 잘 생겼다'는 얘기는 꼭 한 마디씩 들었었다.

그 잘 생긴 사람과 나는 다행히도 서로 사랑했고, 외모가 전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당당히 "얼굴 보고 결혼했다"라고 말하곤 한다.



근데 살다 보니 참 부질없다. (내편 자랑이라며..)

정말 연예인처럼 지속적으로 외모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리즈시절 외모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정말 다행히도 '우린 서로 사랑했기에' 체형이 바뀌고 머리숱의 변화가 있어도 반쯤 가리고 볼 수 있는 콩깍지가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혈육까지 당황시킬 정도의 나의 당당함은 이 콩깍지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달라진 외모를 커버하는 고운 심성과 여전히 나를 아껴주는 그의 마음이 콩깍지가 아니어도 이 사람을 여전히 예뻐 보이게 한다.



그래도.. 오늘은,

참 잘 생겼던 남자친구가 보고 싶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