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웃음버튼

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by 하루


'이런 사람이었나..?' 봉인 해제 된 아재 개그가 아무 거리낌 없이, 어떠한 제어도 없이 툭툭 튀어나온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너 누구야!!"

불시에 다른 인격이 나오는 것처럼 오그라드는 언변에 부끄럼은 오직 나의 몫이다. 너무 유치하고 어이없어서 웃고 싶지 않은데 그런 생각 중에도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는 내가 자존심 상한다.



내편은 어디 가서 웃기는 사람이 아니다. 개그스럽지도 않고 유행도 잘 모르고 흥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우리 집에선 세상 제일 재미있는 아빠이고, 나에게는 웃음버튼이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놀이기구가 되어주고, 열정적인 댄스타임으로 집 안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요즘 핫한 아이돌 노래가 나오면 안무는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춤을 추는데, 왜 곧잘 추는 것 같지..



피곤할 때는 나도 애써 피로를 떨쳐내려 정신줄을 놓고 이상한 리듬에 어깨춤이 나오는데 그걸 받아서 따라 추는 내편의 센스에 어처구니없어 또 웃는다.


'손이 가요 손이 가ㅡ'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같은 옛날 광고음악을 아무 얘기 없이 그저 박자를 두닥두닥 해도 그걸 알아듣고 이어지는 후렴을 부르면 그럴듯하게 화음이 쌓인다. 눈만 찡긋해도 다음 씬(scene)이 플레이(play)되는 우리의 바이브(vibe)이다.


평소엔 부르지도 않던 트로트를 흥얼거릴 때는 자신도 깜짝 놀라 "나 원래 이런 노래 안 부르는데?? 어디서 나오는 거야??" 짐짓 놀란 듯도 하지만 그마저도 이젠 점점 즐기는 듯하다.




시도 때도 없는 옛 시절의 개그에 '그만, 그만' 타박했지만, 날 웃게 해 주려 스스로 가벼워지는 철든 사랑이라는 걸 알고 있다. 덕분에 무표정한 내 하루에 어처구니없는 웃음이라도 피어 나를 살게 한다.

늘 그랬다. '쿵짝이 맞는다', '티키타카가 좋다' 마음이 통하고 대화가 잘되고 웃음 코드가 맞는다는 건 늦은 오후 피로가 쌓일 때 입 안에서 녹여 먹는 상큼 달달한 비타민처럼 반짝반짝 힘이 나게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사람의 개그에 길들여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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