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아이들은 하원 후에 자연스럽게 놀이터로 향한다. 마치 이어지는 다음 일정처럼 자석에 끌리듯 놀이터로 달려간다. 놀이도 놀이지만 친구들과 달달한 간식을 나눠 먹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과자와 젤리 같은 주전부리도 꼭 챙겨 간다. '오늘은 날씨가 추우니 안 놀겠지..',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으니 안 놀겠지..' 하고 간식을 안 챙긴 날에는 "가방 좀 보여주세요." 아이 친구들에게 가방 검사를 당한다. "아유.. 있는데도 안 줄까 봐 그래?" 아이지만 당당한 뒤짐에 진땀이 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엄마들의 수다 타임도 이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게 아닌 정보 공유와 공감대 형성으로 아이의 사회적 무리를 지속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주로 아이들 얘기지만 가끔 수면 위로 오르는 남편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뒷담화들로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며 공감과 위로를 얻고 함께 웃어넘기게 된다. 하지만 난 어색한 표정으로 그저 끄덕이고 있었다.
우리 남편은 주말이라고 오랜만에 애들이랑 놀아줬어요.
우리 남편은 원래 잘 안 놀아주니까 애가 아예 아빠를 안 찾아요.
우리 남편은 자기가 먹은 그릇 그대로 두고 설거지도 안 하는데..
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편은 아이들과 잘 놀아줘서 아이들이 항상 아빠를 찾고
집에 있을 때는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아이들 밥에, 내 밥도 차려주고
분리수거는 물론이고 음쓰도 버려준다고..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처럼 말했다가는 다른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현실이 될까 입이 근질 거리며 튀어나오려는 주책스러움을 꾹꾹 눌러 담고 속으로만 '나는 감사하다. 감사하다.' 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편의 좋은 점을 얘기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그걸 덮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이 나는 감사하다.
아이들이 아빠와 장난치며 잘 놀고
내 손으로 뭐 하기 귀찮을 때 내편이 차려 준 밥을 먹고
내편이 설거지하는 동안 나는 곁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호사스럽다
호사가 따로 있나
나는 이런 게 호사스럽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