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 주는 밥이 맛있지

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by 하루


세상에 맛있는 게 참 많지만 그중 제일은 남이 차려 준 밥상이다.

주말 아침, 한 주의 긴장을 늦추고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부리면 먼저 일어난 내편이 아침밥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복닥거리는 소리에 느릿느릿 잠이 달아난다. 아주 이상적인 그림이지만 현실은 주말 아침부터 텐션 좋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에 꽂혀 더 이상 늦장 부리지 못하고 강제 기상하게 되는 모양새이다.


주말이라고 늦잠을 자지는 못해도 차려진 밥상에 편히 앉아 밥을 먹는다는 건 참 호사이다.

내편이 해 주는 음식 중 나의 최애는 따로 담아 뒀던 잘 익은 묵은지를 밥과 함께 볶아 바닥을 노릇이 눌리고 치즈까지 듬뿍 올린 김치볶음밥이다.


"뭐 먹지?"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 해 줘!"


입맛이 없을 때는 내편이 만들어 준 김치볶음밥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내가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혼자 레시피를 보고 있는 재료와 양념으로 꽤나 맛을 낼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벚꽃 구경을 가기로 한 날 만들었던 인생 첫 번째 김밥은 밖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어서 "와, 진짜 맛있는데?!" 놀라며 아이들도 하트 뿅뿅 무한 칭찬을 해주었다.


좋은 반응과 뿌듯한 마음이 밑거름 되어 잡채, 불고기, 두부 부침, 미역국, 김치찌개 등 새롭게 시도하는 메뉴가 늘어가고 소시지를 구울 때도 정성스러운 칼집으로 문어는 기본에 코끼리와 꽃게까지 만들어 내며 아이들의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키는 최고 아빠에 등극했다.


나는 귀찮음에 점점 간단한 조리의 음식을 해 주게 되는데, 내편은 "나 요리에 소질 있나 봐!" 하며 가족 사랑에 열정까지 더해져 요즘엔 아이들이 배고프면 아빠에게 밥을 달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는 좀 진 기분이 들지만 아이들의 입맛을 존중하고, 나 역시 내편에게 잘 얻어먹고 있기에 졌다 해도 전혀 나쁘지가 않다. 간단한 반찬이라도 차려주는 밥상이 최고이니 말이다.



내편이라고 왜 귀찮지 않을까.. 그럼에도 가족들을 잘 먹여야 한다는 깊은 뜻이 있는 것 같다.


"와, 오늘은 점심에 삼계탕 먹고, 저녁에는 오리고기 먹었네."

"잘했지. 어머님한테 전화드려— 점심에 삼계탕 먹고, 저녁에 오리고기 먹었다고.

당신 잘 먹었다고 하면 어머님이 젤 좋아하시겠다."



"당신이 잘 먹었으면 됐어."


"나는 애들보다 당신이 잘 먹는 게 보기 좋아."


(이 정도면 팔불출.. 예, 이 사람이 원조입니다.)



밥보다 맛있는 예쁜 말로 마음의 살도 찌우는 현명한 내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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