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아픈 데가 어디인지 보다 괜찮은 데가 어딘지 말하는 게 빠를 것 같은 몸뚱이는 내 손으로 아무리 주물러 봐도 뻐근함은 가시지를 않고 손가락만 더 아파진다. 등을 벽에 대고 앉아 마사지 볼을 끼우고 몸통을 동서남북으로 움직이면 몸에서 곡소리가 난다. 으으윽.. 우와아아아....
이런 날 아이들이 빨리 잠자리에 들어주면 좋으련만 여지없이 11시가 다 되어 잠이 들면 그제야 나도 쓰러지듯 눕는데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이미 '아이고아이고' 소리가 주물러 달라는 소리였을지도..) 어느새 곁에 와 무심히 발을 주물러 주면 녹슨 듯이 뻐근했던 몸이 버터를 두른 듯 스르르 풀어진다. 역시 마사지도 남이 해 주는 손 맛이 최고이고 남의 손 중에서도 내편의 손 맛이 제일이다.
산후에 조리원에서 받았던 마사지는 전문가의 솜씨였지만 나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다. 특별히 몸이 더 아픈 상황이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아파도 꾹 참았었는데, 내편에게는 시원하면 거기 좀 더 눌러 달라 말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괜한 짜증을 부려도 '오늘 힘들었나 보네' 하며 너그러이 받아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전담 마사지사이다.
다만 내편은 잠에 취약한데, 발을 주무르는 정적인 동작을 하면 1분 뒤 손이 멈추며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졸린 눈꺼풀은 천하장사도 못 든다는데, 내편은 재미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벗 삼아 내가 잠들 때까지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노력을 해 준다. 마음만큼 시원하지 않기도 하고 아픈 곳을 눌러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그의 노력으로 나의 하루는 부들부들 잠이 든다.
김창옥 강사님의 강연 중, '모국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성장하면서 보고 배운 가정의 분위기, 부모님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등이 자연스럽게 습득되어 결혼 후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그대로 나타나는데 그걸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모국어'라고 표현하셨다.
내편의 아버지는 그리 다정한 편이 아니셨고, 젊은 시절 일 하기 바쁘셔서 국내외로 출장도 많이 다니셨기에 육아 참여도는 매우 낮았다. 그런데 아버님이 어머님의 발을 종종 주물러 주시는 모습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소파에 앉아 있고 내편이 바닥에 앉아있을 때는 손을 잡듯 자연스럽게 내 발을 주무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마치 사전적 의미처럼 '좋은 모국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본(本)이 되었다.
늘상 주물러 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물러 주는 날에는 몸에 엔돌핀이 도는 것처럼 피로가 풀리고 편안해진다. 몸에 쌓인 독소가 해소되는 것처럼. 이런 게 항산화 작용 아닐까? 이런 게 노화 방지, 생명 연장 아닐까?
서로를 생각하는 말 한마디, 배려하는 행동 하나가 서로를 살리는 힘이 되더라.
"이렇게 오늘도 나를 살게 하는 당신이 참 귀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