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치료 중입니다

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by 하루


대 놓고 하는 자랑임에도 불구하고 내편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주변 사람을 자주 다치게 한다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 부딪히고 잘 다치는 내편은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아프게 하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 고의가 아닌 것도 알고, 크게 다치는 것도 아니지만, 잦은 부딪힘에 나도 아이들도 좀 지쳐가고 있었다.


열정은 넘치는데 조심성은 부족해서 안으려다가 발에 걸리고, 쓰다듬다가 까칠한 손 끝에 긁히고, 도와주려다 더 다치게 하는 일이 허다하다. 아 아야 쿵 꺄아—

"아 쫌!! 조심 좀 하자고!" 참다 참다 짜증이 섞여 한마디 나가면 입꼬리가 축 쳐져서는 "그러려고 그런 거 아닌데.. 미안해.." 못내 서운해했다.



그런 아빠에게 그 고통을 고스란히 알려 주는 일곱 살 딸내미 덕분에 내편은 거울치료 중이다.

귀염과 거친 매력을 고루 가진 딸은 애정표현으로 아빠가 좋다며 다리에 매달려 아빠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내편은 엉거주춤하다가 아이가 다치지 않게 피하려 결국 쿵 넘어진다.


자고 있을 때 배에 올라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면 아빠는 가위눌린 듯이 깜짝 놀라 깨고, 업혀서 '아빠 좋아'하며 꼬옥 매달리지만 아빠는 목이 졸려 켁켁거린다. 아빠를 해 할 뜻이 전혀 없는 그저 좋아서 매달리는 일곱 살 딸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아, 이런 거였어..?" 하며 당하는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애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탈이지.. 더운 여름, 땀 때문에 끈끈한 몸이 서로 닿는 건 너무나 불쾌해서 팔이 조금만 닿아도 내가 놀라 피하면 "아, 왜 자꾸 피해—" 하며 툴툴거리더니, 땀이 나건 물에 젖었건 그런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아이들이 아빠에게 들러붙으면 그제야 내편은 "아우— 끈끈해—" 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끈끈한 살들이 부대껴도 아이들은 아빠가 그리 좋은가 보다.


잠을 잘 때도 아빠의 이불과 베개를 선점하려 바쁘다. 아빠는 이불을 덮든 말든, 아이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이불, 베개, 인형들이 침대에 가득해도 아빠의 체취가 풍기는 그것이 좋은가보다.


"아휴, 아빠 베개 냄새나— 내려놔."


"좋은 향기 나는데— 으음— 좋아"


아이들은 아빠의 베개 냄새도 좋다 하고 발냄새도 향기롭다며 아빠 발에 조그만 코를 갖다 댄다.


"아니이— 얘들아 이건 아니야—"

발냄새의 주인도 도를 넘어선 아이들의 사랑이 버거운지 성급히 발을 숨기며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아이고— 이렇게 아빠를 좋아하니 아빠는 행복하겠네—"

아직 어려서 그런 건지 강력한 유전자의 힘인 건지 아무튼 아빠를 향한 아이들의 사랑은 거침이 없다.



"아아— 아빠아— 놀자고오—"

아빠에게 매달려 쪽쪽쪽 뽀뽀를 하며 애교를 부리고 퉁퉁퉁 배를 두드리고 바지가 벗겨질 듯이 다리에 매달려 놓아주지 않으면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쓰인 듯 선명해진다.


"당신 지금 표정 너무 지친 거 같은데?"


"어.. 기 빨린다. 너무 행복한데.. 이제 그만 좀..."




세상 행복한 거울 치료 중이다.









이전 05화마사지도 남의 손 맛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