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최강 가족농부의 새로운 도전기 시작
작년 내내 고민을 했다. 김치 공장을 지을까, 말까. 굳이 공장을 지어야 할까. 또 다시 빚을 내서 공장을 지어놓고, 잘 못 팔면 어떡할까. 이 빚은 언제쯤 다 갚을 수 있을까.
결국 짓지 말자. 그냥 하던 대로 하자. 하다가 못 할 정도로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공장짓는 건 그 때 생각해보자. 그렇게 정해놓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한 것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찝찝했다.
너무 잘 팔려서가 아니라,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올해까지라서, 시간에 쫓겨서 하는 거라면 그만 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몇 번이나 나에게 물어봤었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공장을 짓기로 하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공장 설계도 함께 들어갔다.
계약도 했고, 말뚝도 박았다. 내일 토목팀이 오셔서 바닥공사부터 시작한다.
긴장된다. 몇 해 전, 똑같이 빚을 내서 1공장을 지었을 때는 스트레스만 가득했다. 잘 되겠지, 라는 마음보다 내가 원해서 하는게 맞나? 부모님의 뜻대로 억지로 끌려가는거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공장을 짓는 내내 숨이 막히는 증상을 자주 겪었다.
우울하고 예민한 마음이라 뭐든 열심히 하기 싫었다. 죽어라 열심히 해도 공장을 운영하기 힘든데, 그마저도 이런 저런 핑계로 하지 않았다. 잘 안되면 또 부모님 탓을 했다. 악순환이 깊어지면서 우리 가족들도 서로를 미워하고 상처주게 되었다.
아마, 단순히 공장을 짓냐 안짓냐의 문제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나에게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매년, 매일 매일의 계획들이 있다. 여전히 최선을 다해,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꿈을 생각하면 마음이 떨리고 벅차오를 만큼 행복해진다.
매일 쓰는 다이어리에 아침마다 크게 적는다. '그루민 김치하우스' 혹은 '우주최강 김치가족', '제철김치제작소 오픈' 이런 말들을.
은행에서도, 융자지원을 담당하는 관공서에서도 확실히 얼마까지 대출이 나올지는 지금 당장 모른다고 한다. 건물을 짓고 나서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예전의 나였다면,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고 또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들까지 상상하면서, 안 되는 이유들을 수백만가지는 들이댔을거다.
지금의 나는 그 말을 듣고 겁을 먹지는 않았다(아니, 사실 겁도 난다). 융자가 안 나오면.. 열심히 벌면서 조금씩 조금씩 지어야지, 뭐!
나에게는 공장을 짓느냐 안 짓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 가족을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 아이템을 드디어 찾았는데, 되냐 안 되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되게 만들어야 한다.
내 마음이 하도 오락가락하고 나조차도 나를 믿지 못 하는 순간이 문득 들거라서, 이렇게 공장을 짓는 과정을 브런치에 남겨보려고 한다.
우리집 김치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특별한 김치니까. 그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멋진 온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