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더듬어본 언어의 기원

한국 대표 욕설의 기원

by 오연
KBS 1TV 대하드라마 <노다지> (1986~1987)

많은 분이 ‘노다지’라는 말의 유래를 알고 계실 겁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19세기 말 미국인 사업가들이 조선 정부로부터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의 금 채굴권을 획득하였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용역을 제공하던 조선인들은 미국인들이 금이 발견될 때마다 ‘No touch, no touch’(노-터치)라며 ‘만지지 마세요’라는 의미로 한 말을, 정황상 금이 발견되면 하는 말이 ‘노터치’라고 하는 것으로 이해하였고, 이것이 한국식 발음인 '노다지'로 바뀌어 이때부터 사람들은 금을 발견할 때마다 ‘노다지’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여기 또 하나의 설이 있습니다. 16세기 말 조선과 명나라의 사냥꾼들이 백두산 근처에서 호랑이를 잡는 합동작전을 펼쳤다고 합니다. 당시 호랑이를 잡는 것은 기술과 장비적인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일이었겠지요. 그래서 호랑이 개체수도 많았고 사람을 해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호환’이라고 불렀고, 천연두가 유발하는 것을 ‘마마’라고 하여 이 두 가지를 ‘호환-마마’라고 하며 사회적으로 큰 해악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추억의 비디오테이프 앞 홍보영상. <한편의 비디오,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조선과 명나라의 합동 호랑이 소탕 작전이 실패하면서 여러 사람이 죽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여 작전이 실패한 것에 대한 울분을 토하며 서러워하는 가운데, 명나라 사냥꾼들이 격한 감정과 함께 허공에 팔을 휘두르며 중국어로 '실패'라는 의미인 “씌바이 (失败) ……! 씌바이 (失败)......!”라고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그때 함께 있었던 조선인 사냥꾼들은 중국인 사냥꾼들이 울분에 찬 감정으로 격하게 ‘실패했다!’라는 의미로 내뱉었던 ‘씌-바이’를 욕으로 인지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조선인 사냥꾼들은 격한 감정이 드는 상황 때마다 ‘씨바이! 씨바!’라고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한반도 방방곡곡으로 퍼지며 그 발음 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현지화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한국의 대표적인 욕설이 되었다는 설입니다.






KBS 1TV 예능 <가족 오락관> 中 '고요 속의 외침'

예전에 <가족오락관>이라는 TV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여기서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한 코너가 있었습니다. 이 코너의 진행 방식은 이렇습니다. 진행자를 제외한 참가자 모두가 바깥 상황을 전혀 들을 수 없는 헤드폰을 끼고서 단어를 맞추는 게임에 임하게 됩니다. 팀은 총 4명으로 이루어져 일렬로 자리하여 진행자와 가까이 자리 잡은 쪽 팀원이 진행자가 쪽지를 통해 보여준 단어를 하나 읽고서 그것을 바로 옆 사람에게 말로 전달을 합니다. 당연히 모든 팀원은 헤드폰으로 인해 바깥 상황이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입 모양만을 보고 가늠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팀원이 소리치듯 말하는 것을 두 번째 사람은 입 모양만을 보고 추측하여 이것을 세 번째 사람에게 전달하고, 세 번째 사람은 맨 바깥쪽에 자리 잡은 네 번째 팀원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이렇게 입모양만을 통해 전달받아 마지막 사람이 쪽지에 적힌 단어를 맞추면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게임의 참가자들은 곧 잘 단어를 맞추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합니다.

말이 이곳저곳으로 전파되는 흐름은 이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각각의 출연자들을 각기 다른 지역의 사람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은 헤드폰은 지역 간의 거리라든가 발음 체계, 그 단어를 듣고 나서 전달하기까지의 시차로 가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정을 해보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말이 전해지는 경로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언어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걸까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고요 속에 외침’이라는 게임을 조금 변형해 봅시다. 먼저 배경은 텔레비전 스튜디오가 아니라 아주 오래전 고대의 자연환경이고, 진행자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공동체의 일원들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공동체에는 아직 언어가 없습니다. 진행자는 단어를 적어 놓은 쪽지가 아니라 어떤 한 시각적인 ‘물건’, 예를 들어서 ‘사과’를 들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서 점수를 획득하는 방법은 이 먹을 수 있는 사과를 수확하여 식량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고대인들은 혼자서 사과를 수확하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협력하는 것이 사과를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그룹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고대인들은 사과를 수확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지속되는 협력 과정안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더 많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게끔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서로 지시나 전달, 요청 등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우우’, ‘아아’, ‘잉잉’, ‘킁킁’처럼 인간류가 아닌 다른 동물들이 소리 내는 듯한 의성어로써는 정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과를 수확하는 협력 과정에서 필요한 의미 있는 소리, 즉 용어를 만들고 이를 정리하여 함께 사용하기로 하는 합의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대상이 되는 물건인 ‘사과’의 이름을 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식량’, ‘과일’ 식으로 뭉뚱그려 지칭하기에는 먹을 것들이 매우 다양하므로 결국 사과는 ‘사과’라고 정하여 다 함께 사용하기로 서로 약속하였습니다. 또한 역할 분담을 하고 역할에 맞는 정확한 지시나 전달을 위해서 각자의 이름도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개똥이’, ‘철이’, ‘탄이’, ‘길동이’ 등 뭔지 몰라도 쉽게 부를 수 있는 별명을 짓듯 각자의 이름을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성공적인 수확을 위해 정확한 디렉션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얘’, ‘이봐’ 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도록 약속한 것입니다. 이제는 ‘사과’라고 정한 그 먹을 수 있는 물건을 효율적으로 협력하여 채집하기 위해서 작전을 수행하고 행동을 구분할 수 있는 말도 필요해졌습니다. ‘잡아’, ‘따’, ‘줘’, ‘이리 와’, ‘가자’ 등의 동사도 필요해졌습니다. 어디서 모일지, 어느 부분을 지칭할지를 위해 ‘여기’, ‘저기’, ‘거기’, ‘어디’ 등의 장소나 위치를 나타내는 지시 대명사도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다가 뭉뚱그려 나타내는 지시 대명사로는 부족하여 특정 장소를 지칭하는 ‘광장’, ‘철이 집 앞’처럼 좀 더 명확한 표현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수확한 사과를 나눠 갖고, 사과의 상태나 사과를 먹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좋아’, ‘싫어’, ‘맛있어’, ‘맛없어’, ‘익었어’, ‘덜 익었어’, ‘기뻐’, 심지어 ‘사랑스러워’처럼 추상적인 표현의 동사들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언어가 몇백 년, 몇천 년, 몇만 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 계속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가정한다면, 언어는 먼저 공동체에서 협력을 위한 소통 기능을 위해 말로써 발달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다다르자 사람들은 말로만으로는 부족한 점을 느끼고, 그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 위해 문자를 발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소통하기 위하여 말을 언제부터 사용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자가 발명된 이후로는 문자를 사용한 기록을 통하여 당시 사람들의 생활이나 문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좌) 약 30,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의 '쇼베 동굴 벽화' (우) 약 3,200년 전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갑골(소뼈) 문자


이런 식으로 세계 곳곳의 지역에서 각각의 언어가 탄생하게 됩니다. 지역이 가까운 곳들은 서로 영향을 받아 언어가 비슷하기도 하지만, 거리가 멀수록 언어의 차이가 더 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과를 한국어로는 ‘사과’라고 하지만 중국어로는 ‘핑궈’ (苹果)라고 하고, 일본어로는 ‘링고’(リンゴ)라고, 영어로는 ‘애플’(Apple), 스페인어로는 ‘만자나’(Manzana), 페르시아어로는 ‘سیب’ (sib)이라고 합니다. 각 언어가 듣기로는 전혀 다른 소리이지만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그 언어 자체에는 사물의 의미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공동체의 구성원 간의 협력을 위한 사회적인 합의로 인하여 그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언어는 그저 표현을 위한 도구일 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각 언어에는 그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생활, 배경 등 그 공동체의 삶 자체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각각의 언어는 부족, 민족, 국가 등으로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이렇듯 언어는 처음에 협력을 목적으로, 협력을 본질로서 탄생하였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억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구분 짓고 차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악성 바이럴 같은 거짓 서사를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결국 세력을 형성한 공동체들 중 가장 힘이 센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가 가장 영향력이 큰 언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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