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4/6)
AI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3/6)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정답이 없는 철학적인 질문에 관한 주제의 책들을 전 지구에서 싸그리 모아 바닥에서부터 한 권씩 한 권씩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면 아마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 정도는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어떤 분들은 이런 질문에 짜증부터 내실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전 <혁신에 감춰진 정신적 해로움> 챕터를 통해 AI 대격동의 시대에서 미래 세대들을 위한 앞으로의 교육에 있어서 중요시해야 할 부분으로 수용력과 사고력을 꼽아보았습니다.
그러면 수용력과 사고력은 어떻게 향상할 수 있을까요?
이 또한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다루어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수용력과 사고력 향상을 위해 보편적으로 가능한 것을 주욱 나열해 보겠습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토론하고, 계산해 보고, 실험하고, 운동하고, 그려보고, 연주해 보고, 놀이를 하고, 관계를 맺고, 심지어 영화 감상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두뇌 활동을 통해 수용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러한 모든 행위의 과정에서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과의 감각적, 언어적 상호작용이 밑바탕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각적 작용'에 관해서는 너무 추상적으로 치우치게 될 수 있으니 일단 차치하고, 여기서는 '언어적 상호 작용'에 관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언어적 상호 작용은 ‘언어’를 도구로 하여 스스로 사고하는 자문자답이나 외부와의 소통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수용력과 사고력을 향상하는 행위는 언어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수용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데 근본이라고 하는 이 언어에 대하여 살펴봅시다.
사람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어쩌면 무의식의 레벨에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태아의 상태에서부터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가?'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정 시점부터는 태아도 음성을 인식할 수 있어 언어 습득이 출생 전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임산부의 배에다가 대고 '엄마야', '아빠 왔다!'라고 하면 그 억양 패턴을 인식하고 출생 후에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태아도 듣긴 듣는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연구 결과들이 있는 것입니다.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 독자 여러분들께서 도망가실 수도 있으니 딱 한 가지 사례만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60982209018247
"신생아의 울음소리 멜로디는 모국어에 의해 형성된다"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위 연구 결과를 요약하자면, 신생아들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보다 태아 상태에서 계속해서 접했던 엄마의 목소리를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엄마 배 속에서 모국어를 더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모국어를 들을 때 더 반응하고 외국어에는 반응이 덜하다는 내용입니다.
연구 배경이 서양권이니 제가 아시아권에 맞게 조금 쉽게 한번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한국어 중 대표적인 추임새로 '아이고~'가 있습니다. 중국어에는 '아이요~'(哎呦), 일본어에는 '에에?' (ええ)가 있지요. 그러니까 연구의 내용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신생아는 한국어인 '아이고~'에 더 반응하지, 중국어인 '아이요~'나 일본어의 '에에?'에는 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신생아뿐만 아니라 각각의 토종 원어민들은 다른 외국어가 낯설게 들리는 것과도 같은 반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연구에서 신생아의 반응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텐데, 과학자들은 신생아가 빠는 공갈 젖꼭지를 통한 신호나 울음소리 등을 통해 나오는 파형을 신경생리학적으로 분석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어느 아이들이나 대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국어를 습득하여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알게 됩니다. 신생아들은 치아도 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 성장해 감에 따라 구강 구조가 발달하게 됩니다. 구강 구조가 발달함에 따라 점차 어른들이 하는 발음을 흉내 낼 수 있게 되고, 발음을 하는 데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주변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 하는 등 상대방과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아기들은 먼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고 당장 긴요하면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어휘들을 습득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맘마’, '까까', ‘주세요’ 등과 같은 한 단어 문장처럼 단순한 표현을 익히게 되며, 양육해 주는 친밀한 사람과의 소통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반복되는 일상 속 상황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어휘들부터 먼저 익히게 되고, 경험이 다채로워짐에 따라 어휘력도 다양하게 늘려 나가게 되며 복잡한 문장도 구사할 줄 알게 됩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유아기 이후부터는 기본적인 언어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언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강 작가의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배경'에 관한 토론 수업에 참여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어능력을 갖추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토론 수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책을 읽고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행위들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원인'이라고 한다면 이 '원인'에 대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언어 능력의 발달'이 될 것입니다. 이 '언어 능력의 발달'이라는 결과는 다음번 토론 수업을 더 잘할 수 있는 '경험'이 됩니다. 그러면 또 이 '과정의 경험'은 '새로운 주제의 토론 수업에 임하는 과정'이라는 원인에 영향을 주어 다시 '언어 능력의 발달'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원인 - 결과"의 지속적인 과정들을 통해 언어 능력이 마치 눈덩이가 불어나듯 계속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용력과 사고력이 함께 발달할 것입니다. 이는 단발적으로는 효과가 없고,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야지만 효과가 있습니다. 왜 단발적으로는 효과가 없고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야지만 효과가 있을까요?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을 반복적으로 해야지 근육이 생성됩니다. 사고력과 수용력, 언어 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는 밥을 먹거나 놀이하는 등의 반복되는 상황들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관련해 필요한 말을 확실히 이해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기타를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데 기타를 연주하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타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기타를 쳐야 합니다. 어떤 코드를 익히기 위해서는 해당 코드를 여러 번 연습하고 다양한 곡에서 반복해서 연주해야만 화음을 내는 데 익숙해집니다. 야구나 축구도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연습과 참여 속에서 점점 실력이 늘어갑니다.
머리를 쓰거나 몸을 쓰는 모든 행위는 이러한 '원인-결과' 과정이 축적됨에 따라 점점 발달하게 됩니다. 이를 '되먹임의 법칙'(Feedback effect)이라고 합니다. 되먹임의 법칙에 따라 해당 행위와 관련된 두뇌 부위가 마치 근육이 생성되고 점점 단련되는 것입니다.
뇌 과학자들은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뇌 과학자 박문호 박사님의 콘텐츠를 보면 신체의 내장 부위와 뇌의 연결성에 관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머리를 쓰거나 몸을 쓰는 것과 관련한 뇌와 장기의 부위가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저처럼 아마추어 딜레탕트가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시리즈가 아닌 앞으로 발행할 다른 글에서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은 밥을 먹는 것과도 같은 필수적인 것이다'와 같은 주제로 한 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