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돌고 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어는 인기가 없는 추세입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안 좋은 인식때문인 걸로 보이는데요, 예를 들자면 중국인들은 생리현상을 아무 데서나 해결한다, 짝퉁 생산을 한다, 먹는 것에 장난을 친다, 등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바이럴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서 그런 내용은 커뮤니티 댓글만 봐도 정말 쉽게 찾을 수 있거든요. 이런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으니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휩쓸리게 되버릴 뿐이지요. 나치-유대인, 일본인-조센징, 한국인-짱개 등의 이렇게 어느 한 집단을 싸잡아서 비난하거나 매도하는 비이성적인 현상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이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의 기본 습성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중국어 열풍이 크게 일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엄청난 경제발전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그로 인해 큰 돈을 벌게 된 사람이 많아지면서, '중국어만 해도 먹고는 살겠다'는 여론이 크게 조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3년 말 시진핑이 방미했을때 JP모건 및 애플, 테슬라 등등 기업 수장들이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중국은 아주아주 큰 시장이기 때문에 가서 조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열어주지는 않으니까요. 이와 관련하여 저는 중국의 시장, 경제 규모 등을 설명할 때 '아편전쟁'을 사례로 가끔 듭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 본 유명한 사건이기 때문인데요,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겁니다. '왜 아편전쟁이 일어났을까?'라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개는 '아편전쟁'은 마약의 폐해다, 영국 정부의 깡패짓이다, 등등의 해석을 접하게 되는데요, 제 관점은 좀 다릅니다. '아편전쟁'의 본질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라는 겁니다. 영국 정부가 군대까지 동원해 청나라를 상대로 아편 장사를 한 것은 결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때문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청나라 조정에서 열어주질 않으니, 깡패짓을 하게 된 것이죠.
솔직히 '아편전쟁'이나 '난징대학살'이나 인류사적 관점에서 보면 어느 게 더 심하다고 쉽게 비교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당시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잔혹한 지배와 착취적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등 서구 유럽 열강들에게 배운 거라고 합니다. 당시 비스마르크는 에도-메이지로 넘어가는 시대에 자신을 찾아온 일본 대표단에게 '세상은 힘이 강한 자가 힘이 약한 자를 착취하는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중국어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상당히 무거운 주제가 갑자기 훅 들어온 느낌입니다. 하여간 2000년대 초반 중국어 열풍이 크게 불고 나서 그 뒤 / 사드(THAAD) 사태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정책(1980년대 미국을 넘어서려는 일본을 찍어 눌렀다는 평을 받고 있는 '플라자 합의'와 미 통상 무역법 '슈퍼 301조'의 유산으로 기획했다는 설이 있음. 실제 당시 참여했던 사람이 그대로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왔다고 함. 관련 인용 첨부는 혹시 필요하다면 하겠음) -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발발 / 이러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과정에서 생산된 중국에 대한 악성 바이럴이 불난집에 기름 붓듯 생산되면서 간극이 엄청나게 크게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언어 공감각, 공통 한중어'라는 중국어 관련 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중국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으로, 미미하겠지만 이에 대한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으로 중국을 혐오하는 여론에 대해 얼마든지 실제 자료들을 제시하며 중국을 옹호하는 스탠스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역으로 이를 이용해서 중국을 혐오하는 콘텐츠도 생산해 내며 어그로를 끌수도 있겠지요. 그게 더 나을 겁니다. 뭔가를 혐오하는 콘텐츠는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쉬우니까요.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것도 없이 '혐중'이 정답에 가깝고 정의인냥 이미 대세가 되어 있으니까요. 똥, 오줌이 연상되는데 뭐 불쾌할 수 밖에 없죠. 할리우드 영화야, 음악이야, 문화야, 그래도 미국이 스타일리쉬하고, 멋져보이는데 미국이 낫겠다 싶을 겁니다.
(말 나온김에 잠시 책 홍보 하고 가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갈라치기를 이용해 장사를 하기에는 너무나 유약한 성정의 인간인지라 그게 되지를 않네요. 아직 정신 못 차렸나 봅니다.
저는 이러한 요즘 시태 속에서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어를 배우겠다는 분들을 보면, 일단 호감이 생깁니다. 이런 척박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 주관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이거든요.
저는 얼마 전에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플랫폼P'의 5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중국어 워크숍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깐 설명하자면 저는 1년 전쯤 '언어 공감각, 공통 한중어' 책 출간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어 입주하였는데요, 이곳 운영진이 저에게 중국어 워크숍을 할 기회를 제공해 주신 것입니다.
워크숍은 왜 한국인에게 중국어가 쉬운지, -한자 - 발음 - 어순을 순서로, 천자문에서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출판된 중국어 관련 교재들 내용을 대부분 부정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현재의 중국어 학습법은 1970~1980년에 중국 학자들이 서양인을 대상으로 만든 중국어 교수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게 저의 눈에는 황해만 건너면 바로 도착할 수 있는 무척이나 가까운 편인 중국을,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지구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뺑~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한국인이 중국어를 어려워하는 원인으로 기존의 중국어 학습에서의 접근법이 어느정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한국인이 기본적인 중국어를 익히기가 상당히 쉽다는데 확신을 하고, 이런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요, 그 첫 output이 '언어 공감각, 공통 한중어'라는 도서였습니다.
워크숍을 신나게 준비하는던 중이었습니다. 준비한 자료를 아무리 주여도 줄여도 강의에 할당된 1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강의 초반에는 '중국어 어떻게 관심 있게 되셨어요?', '한자는 어느 정도 아세요?'라는 식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준비한 자료를 전부 다 전달해 버리겠다'며 혼자 떠드는 식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준비한 내용을 다 전달하지도 못했구요.
워크숍을 하고나니, 이러한 입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짧은 워크숍은 참가자를 중심에 두고 소소하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준비한 것을 다 쏟아내고 말겠다'는 식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쉬운 중국어'라는 주제로 계속 연이어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겁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떠드는 게 아니라 참석자를 중심으로요.
오늘은 저의 첫 중국어 워크숍을 하고 난 소회를 풀어보려고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쓰고 퇴고하고를 몇 번 반복하게 되네요. 일단 브런치에 올리고 다시 읽고, 하면서 글을 수정하는 방식으로요.
아무튼 추석 지나고 몇몇분들과 플랫폼P에서 중국어 스터디를 시작하기로 했는데요, '강의'형식으로 마련된 딱딱한 자리가 아니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그럼 또 소식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