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블록체인 버전으로 읽는 허생전
한국인의, 한국인을 위한 영원한 고전, 연암의 허생전을 기리며.
이 글은 투자에 도움이 “1도” 안 됩니다. 그냥 재미로 보세요.
허생은 신림동 아사골(Outsiders Valley)에 살았다.
관악산과 가까운 약수터 곁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해 낡은 현관이 삐끄덕거리는 빌라가 있었는데 문틀이 낡아 길냥이와 곱등이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러나 열평 남짓한 1.5룸에서 허생은 유튜브만 좋아하고, 그의 룸메이트가 편의점과 배달 알바를 하며 월세를 겨우 충당했다.
하루는 룸메가 몹시 한심하다는 듯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자네는 유튜버가 될것도 아니면서, 숏츠는 봐서 무엇하는가?”
허생이 웃으며 답했다.
“나는 아직 컨텐츠 트렌드를 숙달치 아니하였다네.”
“그럼 상하차 일이라도 하지 않을텐가?”
“짐내리는 일은 본래 배우지 않은 걸 어쩌겠나?”
“그럼 스마트스토어라도 못 하겠는가?”
“시드머니가 없는걸 어쩌겠나?”
룸메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이 채널 저 채널 구독하더니 기껏 ‘어쩌겠나’ 소리만 배운 겐가? 상하차 일도 못한다, 스마트스토어도 못한다 그러면 보이스피싱질이라도 못 하겠는가?”
허생이 즐겨보던 채널에 좋아요를 꾹 누르고 2015년식 듀오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유튜브 트렌드 분석으로 십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 걸…”
하고 휙 현관문밖으로 나가버렸다.
허생은 트위터나 인스타에서 서로 알만한 팔로워가 없었다. 바로 투자갤러리로 가 시중의 갤넘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투자바닥에서 제일 부자요?”
부대린(Vitalik Buterin)을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부씨의 계정을 찾았다. 허생은 부씨를 대하여 길게 멘션하고 말했다.
“Heyyyyyyyyyyy @VitalikButerin, I have an empty wallet and could you lend me 10,000 eth?”
부씨는, “All right, there you go.” 하고 즉시 만 이더를 에어드랍해주었다. 허생은 유어웰컴도 안하고 잠수를 타 버렸다.
이더리움 디파이와 폴리곤 죽돌이들이 허생을 보니 알계정이었다. 프사도 없고 리트윗도 안 달리는 매니악한 게시물에다가, 자기소개는 한글로 적혀 있었다.
허생이 잠수를 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리트를 날렸다.
“Do you know 허생?”
“Nope.”
“Holy! 어케 누군지도 모르면서 만 이더 주고 이름도 안 물어봄? 미치셨음?”
부대린이 답트하기를,
“Fuck off. VC한테 오는 스타트업 대표 나부랭이들은 매출도 없으면서 비전만 졸라 팔고 아는 대표들 많다는 헛소리만 반복하는데,
저 트위터리안은 알계정이지만 트윗에 이모지도 안 쓰고 용건만 간단히 하며 쫄리는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팔로워 없이도 살 사람임.
그 사람이 기껏해야 시리즈A로 엑싯할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기꺼이 엔젤투자를 해보려는 것임.
안 주면 그만인 것을, 어차피 에어드랍하는 마당에 KYC는 해서 머하겠음?” 하였다.
허생은 만 이더를 얻자, 집에는 들르지도 않고 바로 유리골(Silicon Valley)로 날아갔다.
언뜻 생각하기를, ‘유리골은 웹2와 웹3의 접경이요, 유럽 북미 중국 기술패권의 근원이다’ 하고는 곧 팔로알토에 머물러 살았다.
그리하여 코인마켓캡 하위에 포진한 알트코인, LP토큰, 레이어2 토큰을 모두 값을 배로 주고 사서 스왑 풀에 스테이킹하고 락까지 걸었다.
허생이 잡코인을 모두 쓸어담았기 때문에 웹3 신생 VC들이 프로젝트를 론칭하지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안가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잡코인을 팔았던 사람들이 거버넌스를 되찾기 위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언락을 하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하며 탄식하기를,
“만 이더로 온갖 코인시장을 흔들어댔으니, 웹3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미국 국채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가지고 막사과(Moscow)로 건너가 원유와 원자재, 식량 ETF를 죄다 사들이면서 이르기를, “몇 달 지나면 전세계 사람들이 냉난방을 못할 것이다.” 하였다.
얼마 안가 과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기름값과 원자재, 식량 값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허생은 클라우드채굴전문 백엔드개발자 계정을 찾아 DM으로 “클라우드 중에 혹시 메타버스로 새 코인을 채굴할만한 저렴한 컨테이너 아시는거 있으셈?” 하고 물었다.
개발자가 답하기를 “언젠가 해시 도스를 만나 줄곧 사흘 동안 다크웹을 뒤져서 어떤 버려진 좀비 클라우드를 발견했는데, 아마 인도나 중국 어디쯤에 있는 서버일 듯요.
연식도 얼마 안 된 GPU와 클레임하지 않은 코인이 널려 있고, 봇들이 떼지어 작업을 하며, 남의 명의로 KYC 인증을 해도 블락이 안 됨ㅋ 개꿀ㅋ”
허생은 대단히 기뻐하며, “ㅇㅋ 만약 거기로 데려다주면 함께 뉴리치를 즐길 것임ㅋ” 라고 말하니 백엔더가 승낙하고 맞팔을 했다.
드디어 프록시로 해킹방지를 하며 딥웹으로 갔다.
허생은 덕덕고를 켜고 써치를 하더니 실망하여 말하기를 “스토리지가 1천테라바이트도 안 되는데 뭘 할 수 있을런가? GPU클럭이 빠르고 봇이 똑똑하니 데카콘은 못 되고 유니콘은 될 수 있겠구나.”
채굴 엔지니어가 “좀비 클라우드에 개발자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창업한단 말씀이셈?”
허생이, “BM이 있으면 개발자는 절로 모인다네. BM이 없을까 두렵지, 개발자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음ㅋㅋ?”
이때, 구로에서 1천 명이나 되는 국비지원 수료생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믿고 읽는 잡학석사 김정현의 요즘 것들 트렌드 뉴스레터, <주간 김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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