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도와줘
스포츠 바 겸 식당 ‘더블 웨미’의 총괄 매니저 리사(레지나 홀 분)는 탱크톱을 입고 ‘빅 애스’ 맥주를 서빙하는 서버들을 한 가족처럼 아낀다. 에어컨은 고장이고 스포츠를 중계하는 케이블 TV까지 안 나오는 문제 상황을 처리하느라 눈 코 뜰새 없는 리사에게 천장 환풍구에 갇힌 도둑마저 도움을 청한다.
리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단골손님인 노교수와 너무 친밀한 베테랑 서버 메이시(헤일리 루 리처드슨 분)부터 아픈 아들을 맡길 데가 없어서 데리고 출근한 대니얼(샤이나 맥헤일 분), 흑인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가 좋아서 문신까지 한 크리스타(아만다 미칼카 분)까지. 그리고 오늘이 근무 첫날인 신입 서버 제넬(딜런 젤룰라 분)의 능란한 거짓말에도 리사의 주의가 필요하다.
진짜 최악의 날을 맞이한 리사에게 사장의 해고 통보가 날아든다. ‘더블 웨미’에는 ‘웨미 걸즈 근무 수칙’이 있다. (1) 서로 간섭하지 말 것. (2) 책임, 친절, 친근, 친밀할 것. (3) 무례한 손님은 매니저에게 맡길 것. (4) 스포츠 전문가가 될 것. (5) 테이블에서 2분 이상 대화할 것. 대니얼은 리사를 위해 근무 수칙 1호를 내던진다.
‘그녀들을 도와줘(Support the Girls)’는 앤드류 부잘스키 감독의 국내 첫 개봉작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퍼니 하 하’(2002) ‘뮤추얼 어프리이세이션’(2005) ‘컴퓨터 체스’(2013) 등 그의 다른 작품에도 마음이 동할 듯싶다.
앤드류 부잘스키는 “나는 이런 소재를 내부인의 관점에서 풀어낸 척할 수는 없었다. 총괄 매니저인 ‘리사’라는 외부자적 시각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어 내서, 온전히 자기만의 생각으로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태도로 다가가려 하고 또한 그녀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를 보도록 했다. 여러 측면에서 독특한 이야기지만, 나는 생계의 수단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종여일 ‘공감’을 끌어내는 레지나 홀의 연기는 리사라는 인물이 관객의 심장으로 성큼 파고들게 한다. 한줌의 위로가 필요한 리사에게 사랑스러운 응원을 보내는 메이시 역의 헤일리 루 리처드슨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리사는 조금 엉망으로 사는 건 참아도, 노력하지 않는 건 못 참는다. 그리고 서버들을 향한 손님의 무례한 언행도 참지 않는다. 리사는 인종과 여성 차별을 하는 사장으로부터 직원들을 지키고, 곤경에 처한 직원들을 저버리지도 않는다. 시스터후드, 즉 여성의 연대를 온 마음으로 증명한다. 그래서 리사를 향해 “당신이랑 일하는 게 좋아요” “당신은 늘 너그러워요”라는 직원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뭉클하다.
콸콸 쏟아지는 시련도 리사와 함께라면, 이겨내지는 못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듯싶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90727180035379
*텐아시아에 실린 리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