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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영 Dec 31. 2020

‘나(I)’보다 ‘우리(We)’를 내건 빌런 히어로

베놈

영화 ‘베놈’ 포스터./ 사진제공=소니픽처스코리아

현장을 누비며 진실을 파헤치는 열혈 기자 에디 브록( 하디 ) 유명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는  웨잉(미셸 윌리엄스 ) 결혼도 앞두고 있다. 그녀의 노트북에서 거대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 위험한 진실을 맞닥뜨린다. 그는 세상에 진실을 터트리려다가 직장도 잃고 앤도 떠나버린다. 생계의 위기가 닥친 그에게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도라 박사(제니 슬레이트 ) 홀연히 찾아온다.


에디는 도라 박사와 함께 라이프 파운데이션에 잠입했다가 혜성에서 가져온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의 숙주가 된다. 그의 몸에 기생하면서 정신마저 지배하는 심비오트, 즉 ‘베놈’과 공생하게 된다.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CEO이자 천재 과학자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 분)는 자신의 심비오트를 되찾기 위해 에디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극 중에서 에디는 라이프 파운데이션을 시체들 위에 세워진 회사라고 했다. 지구의 모든 병을 해결할 답은 우주에 있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노숙자를 데려다가 임상 실험을 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사실 ‘베놈(Venom)’의 초중반은 축 늘어진다. 히어로 무비의 활력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숨통을 막는다. 상상 외로 덜 무섭고 상상 외로 귀여운 베놈이 빌런에서 히어로로 넘어가는 중요한 순간은 얕은 호흡으로 담아낸다.


베놈은 커다란 흰 눈, 180도로 펼쳐지는 턱, 날카로운 송곳니, 특유의 긴 혀를 날름거린다. 에디를 ‘내가 타는 차’로 표현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기생충’이라고 빗대어 표현하면 발끈하면서 사과에 집착한다. 기존의 히어로들과 다른 점은 빌런이라는 것 외에도 ‘나(I)’ 보다 ‘우리(We)’를 내건 히어로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베놈과 에디 간의 티격태격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2007)’에서 등장한 심비오트와 베놈이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베놈’(2018)이라는 제목으로 소환되었다. ‘스파이더맨 3’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은 아니다. 소니 픽처스가 만든, 마블 최초의 빌런 솔로 무비다. 빌런 출신의 베놈이 꽤 매력적인 히어로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짜고짜 히어로가 된 듯싶다. 약은 약사에게 처방을 받아야 하듯, 마블이 직접 만들었으면 적어도 기본은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351154

*텐아시아에 실린 리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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