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현장을 누비며 진실을 파헤치는 열혈 기자 에디 브록(톰 하디 분)은 유명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는 앤 웨잉(미셸 윌리엄스 분)과 결혼도 앞두고 있다. 그녀의 노트북에서 거대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위험한 진실을 맞닥뜨린다. 그는 세상에 진실을 터트리려다가 직장도 잃고 앤도 떠나버린다. 생계의 위기가 닥친 그에게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도라 박사(제니 슬레이트 분)가 홀연히 찾아온다.
에디는 도라 박사와 함께 라이프 파운데이션에 잠입했다가 혜성에서 가져온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의 숙주가 된다. 그의 몸에 기생하면서 정신마저 지배하는 심비오트, 즉 ‘베놈’과 공생하게 된다.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CEO이자 천재 과학자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 분)는 자신의 심비오트를 되찾기 위해 에디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극 중에서 에디는 라이프 파운데이션을 시체들 위에 세워진 회사라고 했다. 지구의 모든 병을 해결할 답은 우주에 있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노숙자를 데려다가 임상 실험을 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사실 ‘베놈(Venom)’의 초중반은 축 늘어진다. 히어로 무비의 활력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숨통을 막는다. 상상 외로 덜 무섭고 상상 외로 귀여운 베놈이 빌런에서 히어로로 넘어가는 중요한 순간은 얕은 호흡으로 담아낸다.
베놈은 커다란 흰 눈, 180도로 펼쳐지는 턱, 날카로운 송곳니, 특유의 긴 혀를 날름거린다. 에디를 ‘내가 타는 차’로 표현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기생충’이라고 빗대어 표현하면 발끈하면서 사과에 집착한다. 기존의 히어로들과 다른 점은 빌런이라는 것 외에도 ‘나(I)’ 보다 ‘우리(We)’를 내건 히어로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베놈과 에디 간의 티격태격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2007)’에서 등장한 심비오트와 베놈이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베놈’(2018)이라는 제목으로 소환되었다. ‘스파이더맨 3’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은 아니다. 소니 픽처스가 만든, 마블 최초의 빌런 솔로 무비다. 빌런 출신의 베놈이 꽤 매력적인 히어로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짜고짜 히어로가 된 듯싶다. 약은 약사에게 처방을 받아야 하듯, 마블이 직접 만들었으면 적어도 기본은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351154
*텐아시아에 실린 리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