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활활 태워버릴 기세의 액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by 박미영
2.jpg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스틸컷./ 사진제공=워터홀 컴퍼니(주)

*이 글에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울끈불끈한 액션이 꿈틀거리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이다.


산골에서 홀어머니와 동생들과 오손도손 살던 소년 카마도 탄지로(하나에 나츠키 분)는 사람을 먹는 혈귀에게 가족을 잃는다. 탄지로는 혈귀로 살아남은 여동생 네즈코(키토 아카리 분)를 인간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고저 혈귀를 처단하는 귀살대에 들어간다. 그리고 귀살대 동기이자 벗인 젠이츠(시모노 히로 분), 이노스케(마츠오카 요시츠구 분)와 함께 새로운 임무를 맡는다. 200명의 승객 중에서 40명이 넘게 사라진 무한열차가 행선지다. 무한열차에 먼저 탑승한 염주(炎住) 렌고쿠(히노 사토시 분)는 탄지로 일행을 맞이하며 결의를 다진다. 드디어 하현의 1 엔무(히라카와 다이스케 분)가 귀살대를 헤어나기 힘든 꿈속으로 밀어넣으며 잔혹한 혈귀의 이빨을 드러낸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0)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26부작 TV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2019)의 다음 편이다. 고토게 코요하루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데 원작의 경우에는 지난해 총23권으로 완결되었다. 극장판은 서사로만 보자면 단순하다고 할 만큼 명쾌하다. 그러나 작품의 핵심은 스크린을 활활 태워버릴 기세의 액션이다.


극장에 오기에 앞서 TV판을 보기를 권하는 바다. 귀살대와 한때는 인간이었던 혈귀들의 과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영 젬병인 이노스케가 극장판에서도 변함없이 실수를 하는데 TV판을 못 봤다면 웃을 대목을 하나 놓치는 셈이다. 귀살대는 화염, 물, 바람, 번개, 바위가 기본 호흡인 기술로, 혈귀들은 검으로 베여도 복원되는 극강의 재생력과 특화된 혈귀술로 겨룬다. 귀살대의 우두머리 우부야시키 카가야는 귀살대 아이들을 온 마음으로 품는다. 우부야시키의 명령을 귀살대에게 전하는 꺾쇠 까마귀도 어떤 의미에서는 더없이 인간적인 존재들이다. 반면 혈귀의 우두머리 키부츠지 무잔은 혈귀를 소용 가치에 따라 가차없이 내버린다. 극장판에서 무잔은 대사로만 언급되는데 시리즈를 견인하는 강렬한 빌런이다.


귀살대 아이들인 탄지로와 네즈코, 젠이츠, 이노스케를 따라가노라면 감정의 전기가 찌르르 올라온다. 기실 강력한 혈귀와 맞붙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의지로 일어나고 협공으로 상대를 몰아붙인다.


물의 호흡을 쓰는 탄지로는 흑도의 검사다. 냄새에 밝고 박치기에 강했던 소년은 어머니가 묵은 떡을 으깨서 만든 센베이만으로도 행복했으나 자신의 가족을 집어삼킨 혈귀 때문에 칼을 들어야만 한다. 가문 대대로 내려온 히노카미 카구라는 탄지로에게도 필살기가 된다. 엔무의 꿈에서 각성하기 위해 서슴없이 살을 에는 탄지로의 처절한 몸부림은 눈물겹다. 여동생 네즈코는 위력적인 발차기가 있는 혈귀지만 평소에 대나무 재갈을 물고 있는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젠이츠는 일상에서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울먹울먹하거나 종알종알하는등 무기력하다. 그러다가 무의식의 상태에서 그윽한 목소리로 번개의 호흡을 펼치는데 반전미가 상당하다. 짐승의 호흡을 쓰는 이노스케 역시 멧돼지 머리 가면 아래로 미소녀급 외모라는 반전이 있다. 이노스케의 유연한 몸과 뛰어난 육감도 매력적이다.


화염의 호흡을 쓰는 렌고쿠는 붉은 염도의 검사다. 강한 정의감을 내뿜는 그는 미소가 아름다운 청년이다. 여덟 량의 기차에서 무려 다섯 량을 홀로 감당한 렌고쿠는 후배인 카마도 소년, 노란 소년, 멧돼지 머리 소년의 성장을 그리며 자신의 목숨도 아낌없이 내놓는다. 극장판에서는 혈귀 중 하현의 1 엔무와 상현의 3 아카자가 등장하는데, 특히 아카자는 렌고쿠와의 팽팽한 맞대결로 서로의 존재감을 빛낸다. 렌고쿠는 명이 다하는 절박한 순간에도 “가슴을 펴고 살아가라. 마음을 불태워라.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가라”며 탄지로의 앞날을 독려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박력 넘치는 음악과 액션으로 질주한다. 왼쪽 눈을 잃고 갈비뼈가 으스러진 상황에서도 환하게 웃던 렌고쿠가 그 중심에 있다. 탄지로의 먹먹한 가슴을 때린 렌고쿠의 한마디가 우리의 심장도 휘갈긴다.


마음을 불태워라!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