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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영 May 16. 2021

드디어 DC가 관객을 집어삼키다

아쿠아맨

  

영화 ‘아쿠아맨’ 스틸컷./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등대지기 톰(테무에라 모리슨 분)은 바닷가에서 상처를 입고 쓰러진 여인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녀는 정략결혼을 피해 해저 왕국 아틀란티스에서 도망친 여왕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분)다.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아들 아서/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도 생기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왕의 수하들이 집으로 들이닥치고 아틀라나는 톰과 아서를 지키기 위해 왕국으로 되돌아간다. 꼭 다시 돌아오겠노라는 약속을 남긴 채.


반은 인간이고 반은 아틀란티스인인 아서는 어머니의 DNA 덕분에 수중에서 숨을 쉴 수 있고, 쾌속으로 헤엄치고, 깊은 수심도 감당할 수 있다. 그리고 물고기를 포함한 해양 생명체와 소통도 할 수 있다. 아틀라나의 부탁으로 찾아오는 벌코(윌럼 더포 분)의 가르침 덕분에 아서의 능력은 배가된다. 어느 날, 아서는 납치 위기에 놓인 러시아 잠수함을 돕다가 해적 부자(父子)와 대치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앙심을 품은 해적 아들은 이후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로 거듭난다.

한편 아서의 이부형제인 옴 왕(패트릭 윌슨 분)은 7개 바다 왕국의 군대를 모아 지구를 오염시키는 인류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제벨 왕국 네레우스 왕(돌프 룬드그렌 분)의 딸 메라(앰버 허드 분)는 옴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어서 아서를 찾아간다. 그리고 메라는 아서에게 옴의 위험천만한 계획을 막으려면 아틀란티스의 진정한 왕만이 휘두를 수 있는 삼지창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영화 ‘아쿠아맨(AQUAMAN)’은 땅의 아들이자 바다의 왕, 심해의 수호자인 슈퍼히어로 아쿠아맨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아쿠아맨’은 1941년 코믹스에 소개됐지만 이번 영화는 2011년에 새로이 출간된 제프 존스의 ‘아쿠아맨’ 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


DC의 세계관을 스크린에 펼칠 책임자로는 제임스 완이 낙점됐다. ‘쏘우’(2004), ‘컨저링’(2013), ‘인시디언스’(2010)의 공포·스릴러부터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의 액션까지 섭렵한 그는 자신의 장기와 경험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형형색색의 해저 왕국에서 크리처들이 사는 트렌치 왕국은 가장 존재감이 빛나고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경쾌한 액션도 영화를 리드미컬하게 이끈다.

제이슨 모모아가 빚어낸 아쿠아맨엔 합격점을 주고 싶다. 그가 머무르는 공간이 육지든 바다든 간에 관객이 함께 호흡하게 만든다. 그의 여정을 함께하는 메라는 물을 조정할 수 있는 하이드로키네스 초능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강인하지만 슬기롭다. 아쿠아맨에게 막말을 할 때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며 뼈 있는 칭찬도 한다. 연인보다 파트너로 출발한 캐릭터는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 영화의 흠결도 분명하다. 옴 왕과 블랙 만타, 즉 빌런이 둘이나 등장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전형적인 서사다. 그러나 이 영화를 누리기에 걸림돌로 다가올 만큼은 아니다.
                                
그간 히어로의 면면이야 훌륭하지만 마블에 비해 통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DC가 드디어 관객을 집어삼킬 채비를 마쳤다.


[박미영 영화 칼럼니스트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362878

*텐아시아에 실린 리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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