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자수성가한 기업 컨설턴트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필립(브라이언 크래스턴 분)은 가까스로 목만 움직일 수 있다. 말 그대로 빈털터리인 델(케빈 하트 분)은 보호관찰관에게 자신이 적극적으로 구직 중임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취직에 대한 의지는 딱히 없다. 어느 날, 델이 청소부로 알고 면접을 갔던 곳에서 필립의 생활 보조원으로 덜컥 채용된다. 델의 격의 없는 태도가 필립의 마음에 든 것이다.
뉴욕의 억만장자 필립의 파크 애비뉴 펜트하우스. 하버드 출신의 엘리트 비서 이본(니콜 키드먼 분)은 델이 최악의 생활 보조원 후보라고 생각한다. 이본은 델에게 필립은 아주 강하면서도 연약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삼진아웃제로 언제든 해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울러 필립은 델에게 자신은 연명치료를 거부한다고 밝힌다. 필립과 델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그럴수록 델은 면접일에 필립의 서재에서 슬쩍한, 아들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마음에 걸린다.
‘업사이드’(2017)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의 공동 감독인 올리비에르 나카체가 리메이크작의 각본에도 참여해서 힘을 보탰다. 원작의 몇몇 설정을 변환했음에도 극적으로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원작팬에게는 꽤나 아쉬운 영화로 비쳐질 만큼 리메이크의 효용은 떨어진다. 그렇지만 실화가 주는 뜨끈한 생명력은 여전하다. 원작의 웃음과 눈물도 휘발되지 않았다.
‘업사이드’(감독 닐 버거)를 보아야 할 이유를 꼽자면, 단연코 필립 역의 브라이언 크래스턴 때문이다. ‘트럼보’(2015),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에서 명연기를 펼친 그는 필립의 감정 흐름을 차곡차곡 펼쳐낸다. 상위 1%와 하위 1%, 즉 극과 극인 두 남자의 버디무비에서 델을 연기한 케빈 하트의 연기도 좋지만 영화를 보고 따라붙는 것은 브라이언 크래스턴의 오묘한 표정이다.
브라이언 크래스턴은 영화 ‘업사이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도전을 마주하는 것, 그게 이야기의 진정한 핵심이란 걸 깨달았다. 감옥을 다녀온 거친 인생을 사는 사람이나 남은 평생을 전신 마비로 살게 된 사람이나 자신의 장래가 대단치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 딜레마가 있다. 인생은 쉽지 않다.”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어쭙잖은 편견을 내려놓고 한곳을 바라보게 한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movie.v.daum.net/v/20190616171741069
*텐아시아에 실린 리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