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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Nov 07. 2021

radical candor

채널톡에서 보낸 150일간의 주저리

몹시 작은 성취이지만 혼자 감격에 겨워 정신없이 쓴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대한민국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을 경험한 사람이 몇 %나 될지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그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보너스로 누리는 것과 체득하는 것 사이의 고통스러운 간극을 겪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채널톡의 조직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콘텐츠를 본 적이 없다. 처음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왜 이 독특한 스토리를 콘텐츠화 하지 않지?' 의문이 계속 있었는데, 지금은 안다, 그럴 겨를이 없다는 걸.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치열하게 해내기 바빠서 남들 보라고 소문내고 그럴 틈이 없다.


나름대로 조직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걸 선호하고 권위나 서열 내세우기를 질겁하는 나였다. 어디 가서 낯을 가리거나 나서기를 특별히 꺼리지도 않았다. 웬만한 사람들이 웬만해서는 겪지 않을 일들도 겪어 웬만한 일은 겁나지 않는 내성도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팀에 합류할 때에도 별다른 두려움은 없었다.


두 달쯤 지났을 때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 혼자 외계인인 것마냥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매일 답답한 마음으로 고민했다, '내가 뭘 모르는지도 잘 모르겠어! 내가 이거밖에 안 되나?' 혼란에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었다. 팀이 재정비되고 매니지먼트 레벨에 변화도 많았고, 아이 방학에 자가격리에, 나 스스로도 여름을 나기가 쉽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내 선택들이 완전 횡설수설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입사 전부터 수없이 들었던 키워드,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극단적인 투명함, 어설프더라도 즉시 공유하고 같이 헤쳐나갈 것 - 다 아는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자기의심이 시작되었고, 석달 쯤 지나면서 방황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동서남북을 잃자, 자꾸 이런 저런 접촉사고를 냈다.


차선의 기준을 못 잡고 연달아 넘어져 엉망으로 구르면서 (정말 그 때의 나는 엉망이었어) 간신히 깨달은 것은 의외로 단순했다. 아는 줄 알았는데 사실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렇게 애를 썼지만 사실은 적합한 노력이 아니었다는 것. 뼈아픈 회고를 하며 도출한 구제 방법은 하나였다 - 모르면 바로 도움을 청하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건 그 무렵이었다.


그동안 나는 늘 기존의 틀을 바꾸고 싶어해서 말썽이었다.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구조의 틈새가 보이면 자꾸 문제 제기를 해서 문제였다. 바쁜 윗분들 번거롭지 않도록 닥치고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데 자꾸 다른 인풋을 요구해서 문제였다. 팀원을 한명씩 '조져서' 결과물을 뽑고 옆 팀보다 우리 팀의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자꾸 이사람 저사람을 도와주려 참견해서 골치였다.


하지만 경직된(a.k.a. 평범한 대한민국의) 직장들을 거치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을 , 내게는 건강하지 못한 습관들이 았다. 채널톡에서 여름을 보내며 나는 정말 중요한 일들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얻는 법을 알게 되었다.  굳은 살들이 떨어져나가는 시간이었고, 당연히 통증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유니콘처럼 환상 속에나 있을 법한 문화가 실존하는  목격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나도  일부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나를 구제한  음악하던 시절 안되면  때까지 하던 연습실 마인드였는지도 몰라.


나는 유연함과 투명함에 대한 전혀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중이다. 원대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을 땅에  디딘 현실로 구체화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철저한 체계,  안에서 주어지는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한 투명한 공유, 마치 신입처럼 업무와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완전히 새로 익히는 중이다. 좋은 동료들 덕분에 바닥 딛고 몸을 일으켰고 한걸음씩 함께 전진하고 있어 매일이 설렌다. 우리끼리  먹으며 자주 하는 , 개빡세고 개힘들고 개짜릿한 날들 반복이다.




요새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채널톡에서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대개 건네오는 첫 인사가 '새 로 간 회사는 어때?' 이기도 해서. 주로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장황하게 수다떨던 얘기들인데 꽉 채운 5개월을 맞아 5가지로 정리해 봤다. 대체 무엇이 그토록 채널톡 팀을,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나를 굳이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이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채널톡의 누구나 알고 있는 5가지 정도 되겠다.



1. 정확하게, 전부 말한다.

채널톡의 사람들은 감추지 않는다. 모든 것을 양지로 드러내고 탁자 위에 꺼내어 올려놓는다. 지나가는 생각도, 작은 컨디션 변화도, 스치듯 발견한 무엇도 업무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알람을 울리며 주변에 알린다. 좋은 일도 알리지만 문제가 발생한 것을, 또는 발생할 것 같은 징조를 결코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이걸 지적하면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이 얘기를 꺼내면 나를 유난하게 보지 않을까? 굳이 다른 생각을 말해야 할까? 잘 모르는데 대충 따라가도 되지 않을까? 모두 채널톡에는 맞지 않는 생각이다. 뒤에서 말하지 않고 앞에서 말하며, DM으로 대화하지 않고 광장에서 대화한다.


2. 솔직하게 피드백한다.

내놓은 이상 피드백은 당연하게 여긴다. 동료간 또는 리더와 구성원간 피드백도 아주 규칙적으로 주고받는다. 피드백이 누락된 곳에는 성장도 없다는 마인드가 문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언뜻 심한 마이크로매니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액션 플랜을 일일이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되고 있는지' '난관이 있는지' '우려는 없는지' 항상 현황을 공유하는 것이다. 채널톡에서는 회의가 아니라 싱크와 피드백이 공존한다. 이를 통해 가시성을 만들어내고 기대치를 조율하며 예측 가능한 미래를 그린다. 우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이를 어떻게 맞출지 끊임없이 노력한다.


3. 개인이 아닌, 구조를 개선한다.

이슈레이징과 피드백을 통해 문제는 또렷해진다. 이 때 채널톡에서는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서 개선을 요구하거나 책임을 묻기보다는, 프로세스의 어느 부분에 빈틈이 있어 누락이 생겼는지 샅샅이 파악하고 휴먼 에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개인의 업무에 미흡함이 보이면 어떻게 힘을 모아 끌어올릴지 함께 고민한다. 그래서 채널톡에서는 문제를 빨리 드러낼수록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어? 너 이거 어떻게 책임질거야? 라는 질문이 하염없이 떠돌지 않는다. 수술이 필요한 곳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분석하고 근거를 토대로 제대로 치료할 뿐이다.


4. 실무자와 매니저의 역할이 분명하다.

채널톡은 레벨제를 가지고 있다. 명백한 위계 질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 위계가 권력의 위계가 아니라 관리와 책임의 위계이다. 실무자들은 각각의 주어진 프로젝트를 잘 완수할 책임이 있고, 매니저들은 그런 실무자들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잘 달성하도록 지원하며 방향성을 맞출 책임이 있다. 개인적으로 채널톡에서 이 부분에 그 어떤 조직보다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역할과 기대치를 분명히 하고, 또 분명히 하고, 또 분명히 한다. 마치 세뇌교육처럼 피드백 시간에도 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부담스럽거나 피곤할 것 같은 이 과정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내 할 일과 방향이 명쾌하게 보이는 마법이 일어난다.


5.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다.

불과 5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감히 말해보자면, 나는 채널톡이, 채널톡의 리더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라고 하고 싶다. 리더십의 태도는 조직 전체에 강력한 신뢰의 흐름을 만든다. 모든 대화에 왜곡 없이 함께 잘되기 위해서라는 전제가 흔들림 없이 자리잡고 있다. 피드백은 개개인을 줄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곰팡이   없이 모든 구석 반짝이며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최전방 동료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활용된다. 혼자 떠안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순간 신속하게 팀에게 알람을 울릴  있는 것은 동료들이 대안과 해결책으로 기꺼이 문제를 함께 풀어줄 것이라는 믿음의 표현이다.


무엇보다 리더들이 먼저 실천한다. 구성원들은, 좋은 샘플을 보고 그대로 배워 따라하면 된다. 매니저이자 리더 레벨로 올라갈수록 개인 실무자들에게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의 모범이 되어,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라는 미래상을 뚜렷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절반 이상은 얘가 지금 동화책을 읽나, 하실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수많은 팀에서 서로를 탓하며 사람을 버리고 떨구는 경우를 겪어왔다. 채널톡에도 물론 선의의 경쟁과 긴장감이 존재하지만  중심에는 조금 다른 가치가 있다. 탁월한 역량의 개인들이 각자 경쟁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개인들이 모여 위대한 팀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빈틈은 메꾸고  하는 것은 강화할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구성원들은 여과없이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함께 성장하자고 서로를 돕는다.



내가 가장  못했던 것은 1번과 2번이었다. 자괴감의 소용돌이 속에서 3-4-5  되기 위해서는 1-2 필수라는  아프게 깨달았다. 최근에는 몇달 전의 나처럼 웅크린 동료  명에게 나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들려주었더니, 그가  사연 코라의 오답노트라는 제목을 붙여줬다. 지난 여름 오답노트에는 그렇게 1번과 2 투성이였는데, 이제 제대로 풀어내는 빈도수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기특해,  자신.


나 역시 지난 5개월간 수없이 피드백을 받았다. 우리는 너를 믿고 있으니, 너만 용기를 내서 나오면 된다고 말해주던 리더가 있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을 때 먼저 물어보지 못한 본인의 실책이라고 말하던 리더도 있었다. 수많은 문제는 언제나 산재하지만, 그 문제들을 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던 리더도 있었다. 못했을 때는 실망했다고, 힘을 냈을 때는 인상적이었다고, 신이 났을 때는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리더도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수십 명의 동료들이 같은 비전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5개월이나 지나서야 나는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견했다. 실은 회사 들어오기 전부터 오늘까지 수없이 듣고 듣고 또 들었던 단어였다. 하지만 마치 2년 전 어느 날 '플랫폼의 순환 원리'가 갑자기 벼락같은 깨달음으로 나를 꿰뚫고 들어온 것처럼, 채널톡이 전하는 하나의 가치가 오늘 나를 뚫고 들어왔다.


Visionary. 우리는 미래를 보여준다. 더 나아질 미래, 더 좋아질 미래, 더 멋져질 미래를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세일즈를 하고, 제품을 만들고, 운영을 하고, 마케팅을 한다. 사람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사람은 다음 일을 상상할 수 없으면 다음 발걸음 내딛기를 두려워하지만, 무엇이 다가오는지 알고 있으면 대비하고 기다리고 심지어 기대하게 된다. 고객에게 성장의 비전을 그려주는 것, 구성원에게 성장의 비전을 그려주는 것, 그리고 그 일들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 어떤 자극이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있을까?


비저너리 세일즈, 비저너리 오퍼레이션, 비저너리 마케팅과 브랜딩, 비저너리 제품을 얘기하려면 이렇게 긴 글이 또 몇 개는 필요할텐데, 몽상의 비저너리가 아니라 현실의 비전이 정말 궁금하다면 우리 세일즈 팀과 미팅하거나 C레벨 수다방 웨비나에 오세요 :)


지금 나의 상태를 설명하자면 일단,  넘고  건너 여기까지  것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 흐지부지 대충 사는 것은 고생해온  과거에게 너무 미안해서 안된다. 성장은 끊임없는 성장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가끔 지치기도 하지만, 그럴   스트레스 창구 '예술' 흥청망청 쉬어주면 되지. 내가 정말 복이 많고,  받은 만큼 반드시 기여하고 싶다.  꿈도 이루고, 우리 팀의 꿈도 이루고. 그럴려면 갈길이 멀다.


혹시 내 이야기에 가슴이 뛴다면 채널톡 승선 기회에 꼭 도전해 보시기를. 다만, 각오는 단단히 하고 오셨으면 좋겠다. 여기 올라탄 모두가 한번씩은 자괴감의 골짜기로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가까스로 숨이 붙은 채 절벽을 기어 올랐을 때 믿을 수 없이 성장한 자기 자신과 '찾고 있던 방향의 답'을 만날 수 있다.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아니고 (힘들거든요) 원한다면 인생에 한번쯤 이런 시간, 해볼만 하다. 단점? 내 체력, 그리고 일단 적응하면 쉽게 내리기 어려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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