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쉬는 날이면 궁금한 디저트를 맛보러 다니거나 ‘맥주탐구생활’이란 책을 보다 맥주에 꽂혀 평소 손이 가지 않던 다양한 맥주를 하나씩 맛보는 재미에 빠졌다. 단, 건강을 생각해 느리고 완만한 호흡으로.
새로운 맛을 다양하게 트라이하며 그간 좋아하는 취향의 안전한 선택만 하느라 갇혀 지냈음을 깨달았다. 취향의 벽을 허물고 호기심을 따라 맛의 지도를 넓혀가는 여정이 이토록 설레고 신나는 일이라니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동대문 ‘러시아 케이크’에 다시 방문해 나폴레옹 케이크를 맛보고 꿀케이크 메도빅 사워크림 버전도 포장해 왔다. 사워크림 메도빅은 10/9 출강 마치고 작은 보상으로 맛보려고 냉동실에 고이 모셔뒀다.
러시아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모이는 명절 연휴에 즐겨 만들어먹는 나폴레옹 케이크는 바삭한 퍼프 페이스트리 사이에 크림을 발라 겹겹이 쌓아 올린 케이크다.
‘천 개의 잎사귀’라는 뜻의 프랑스 디저트 ‘밀푀유’가 떠오른다. 나폴레옹 케이크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본류가 프랑스 페이스트리임을 알 수 있다.
1912년, 러시아를 침공한 프랑스 나폴레옹 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1812년 조국전쟁 100주년을 기념해 한 셰프가 프랑스 페이스트리 레시피를 활용해 나폴레옹의 모자 보나파르트를 본떠 삼각형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때 큰 인기를 모으며 나폴레옹 케이크란 이름으로 퍼져나갔다 한다. 러시아 국민들에겐 일종의 전리품인 셈이다.
카페 러시안 케이크의 나폴레옹 케이크는 오리지널 메도빅 케이크와 같은 크림을 사용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이 묵직한 크림의 맛은 금방 물리는 맛이라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맛과 질감이 투박해 둘 중 하나를 맛보아야 한다면 나폴레옹 보다는 촉촉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인 메도빅 케이크를 더 추천하고 싶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배도 부르고 해서 광희동에서 공덕까지 잠시 걷다 따릉이를 타고 돌아왔다. 코로나 기간 동안 썰렁했던 서울 사대문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전 세계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