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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TLAS OF B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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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Dec 18. 2024

[일본] 기본기 탄탄한 맥주를 찾는다면

올 몰트 맥주 에비스


잦은 음주는 건강에 적이니 계획적인? 음주로 맥주탐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업무 일정을 살펴, 주로 일이 몰려 있는 마지막 날, 그리고 다음날 쉴 수 있을 때 ‘맥주데이’를 다이어리에 표시해 두고 그날을 기다리며 이번엔 어떤 맥주를 마셔볼까 고심하며 일상을 보내는 것이 요즘 나의 큰 즐거움이다.


에비스는 일본의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공부할 때 함께 자주 언급되어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의 또 다른 올 몰트 맥주로 산프몰과 비교해 마셔보면 좋을 거 같았다.


여기서 잠깐- 나 같은 맥린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올 몰트( All malt) 맥주란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오로지 맥아 100% 만을 사용해 만든 맥주다. 상당수의 맥주들이 쌀이나 옥수수 등의 곡물을 섞어 만든다. 따라서 올 몰트 맥주는 맥아의 곡물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으며 진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에비스 맥주를 첫 모금 들이킨 순간(이때가 가장 짜릿) 터져 나온 마음의 소리, 뭐지 이 청량함은…? 굉장히 깔끔한 맛이었다. 칼처럼 정확하고 깔끔하고 냉정한, 이성이 지배하는 차도남 같은 맥주랄까.


기본에 충실하고 좋은 재료로부터 나오는 깊은 풍미도 좋았다. 몽글몽글 쫀쫀한 크림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오래가지 않을 뿐… 캔에 한자로 쓰인 ’生‘을 증명하듯 생맥주의 신선한 맛도 느껴졌다. 산프몰과 볼파스 엔 히스토릭 언필터드 라거의 생맥주스러운 장점이 결합된 맥주였다. 프리미엄 맥주로 다른 맥주들에 비해 가격이 조금 더 높았지만 이 정도 퀄리티라면 납득이 갔다. 허나 자주 즐기기에는 편치 않은 가격임에 틀림없다.


에비스 맥주는 1890년 삿포로 맥주의 전신인 대일본맥주가 독일인 기술자 칼 카이저를 초빙해 양조한 맥주다. 맥주순수령을 고집한 독일 맥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기본기 탄탄한 맥주다.


산프몰과 비교해 보자면 산프몰은 특유의 향이 개성 강하게 도드라졌고 퀄리티와 완성도면에서는 에비스가 인상 적였다. 훌륭하나 매력은 다소 부족한 모범생스러움이 에비스가 넘어야 할 장벽이 아닐까.


에비스는 일본 민간 신앙의 칠복신(七福神) 중 하나로 풍요와 사업의 번창을 가져다주는 신이라 한다. 어업이 중요했던 섬나라 일본인만큼 한 손엔 낚싯대와 한 손엔 커다란 도미를 들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가 있어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맥주도 즐길 수 있는 에비스 맥주박물관도 있음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지난 두 번의 도쿄 여행 때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 도쿄 방문 때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에 들러 신선한 맥주도 꼭 마시고 와야지. 역시 세계는 아는 만큼 좋아하는 만큼 확장된다.


*이 맥주를 다시 마실 생각이 있는가?

그럼요. 기본기 뛰어난 고급진 맥주가 당길 때 또 마실 겁니다!


*연관 맥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일본)

https://brunch.co.kr/@littleconcrete/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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