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색, 같은 주제 달리 보기
첫 번째 소재
포 크
글, 사진 / 뽕
2012년 10월 청계천 거리는
등불축제로 휘황찬란했고,
손 잡고 거리를 걷는 가족, 연인, 친구들은
다정해 보였다.
내 옆에는 버스로 다섯 시간을 달려 나를 만나러 온 그가 있었다.
그는 몹시 피로해보였다.
말없이 걸었고, 그와 함께 걷는데도
예전만큼 꽉찬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리는 통유리로 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었는데 어쩐지 맛이 없었다.
“왜 눈물이 그렁그렁 한가요?”
“오빠가 나와 있는데도 행복해 하지 않으니까.”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이를 꽉 물고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가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볼로 전해지는 손의 온기가 따뜻했다.
“꿈속에서 오빠가 내가 싫어졌다면서 등을 보이며 걸었어.”
“오빠가 왜 우리 아가씨를 싫어해?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치?”
가끔 생각한다.
그날 몹쓸 꿈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앞에 좀 더 행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더라면
우리는 어땠을까?
만약 우리가
뾰족한 포크로 먹어야 하는 스파게티가 아닌
둥근 숟가락으로
짝을 이루어야만 음식을 집어 먹을 수 있는 젓가락으로
따뜻한 밥을 먹었더라면.
'포크'라는 소재를 놓고 끙끙 앓다가
느닷없이 그날의 이별 풍경과 맞딱뜨린다.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
이렇게 오랫동안 삼키지 못한 채로 있다.
쑥뽕삼의 <같은 시선, 다른 생각>은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모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