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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뽕삼 Oct 26. 2015

소규모 에세이 ; 커피
by 삼

3인 3색, 같은 소재 달리 보기

열세 번째 소재


커피


글, 그림 / 삼




난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카페를 가더라도

아메리카노나 카라멜 마끼아또가 아닌


자몽에이드


또는


얼그레이


주로 마신다.





친구 '태봉'이 카페에서 일했을 때,

'태봉'은

나에게 밀크티 한 잔을 만들어주었다.




생전 처음 마셔본 밀크티.

첫인상은 

치(茶)이긴 한데,

우유맛이 떨떠름하게 나는 것이 

꽤나 낯설었다.




대학교 시절에도 차를 좋아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대생인 태봉이.



대학 조교로 일하기도 했고,

만년필과 잉크 수집을 좋아하며,


나와 같이 한국시리즈까지 같이 보기도 했었는데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카페에서 꽤 오랫동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때도 

그냥 카페에서 일하나보다 ㅇㅇ 싶었더랬는데,

뜻밖의 말을 꺼냈다.




커피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며

커피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하더니


브라질로

슈웅-




그 때가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기 전이었는데,

쌈바축제가 열리기도 전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브라질이 커피 최대 생산국이라고는 하지만,

외국인인 친구가 공부하기엔

여러모로 조건이 까다로웠던 모양이었나보다.




그러면서

브라질의 고급 원두라며

원두를 작은 병에 나누어 소분해주었다.





카페에서 파는 혼합 커피-카라멜 마끼아또라든가

그냥 봉지커피를 타서 먹으면 속이 뒤집어진다는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조금이나마 나눠준 원두를 조금씩 물에 타서 마시는데

고소한 것이 맛있었다.




그렇게 태봉은 원두를 나누어주고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며


다시 포르투칼로

슈웅-



지금도 포르투칼에서 SNS으로 가끔 만나고는 하는데




그래도

요즘 같은 때에,

쌉쌀한 커피가 생각나는

가을이 오니,

그 친구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컵 옆에 놓고

펜을 들었다. 




이 편지가 친구의 손에 닿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친구의 손끝에서 커피향이 묻어날 때 즈음이면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쑥뽕삼의 <같은 시선, 다른 생각>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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