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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물고기 Aug 12. 2021

회색 아기오리와 친구들

13회 공유저작물 창작 공모전 2차- 글 부문(안데르센 세계명작 재창작)

 내가 낳지 않아도 내가 품었으니
우리 아기랍니다.

  

  여름이었다. 따사로운 햇살, 푸른 나뭇잎이 천천히 춤추는 오후. 엄마 아빠 오리가 곧 태어날 아기 오리들을 지켜보고 있다.

  “톡. 톡. 톡!”

  개나리처럼 노란 아기오리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 하나만은 깨질 기미가 안보였다.

  “알 색깔도 그렇고 생긴 것부터 이상하오. 아무래도 우리 아기가 아닌 것 같아요.”

  아빠 오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니에요. 비록 다른 새가 낳았다 해도 제가 품었으니 우리 아기랍니다.”

   엄마 오리가 확신에 찬 듯 분명히 말했다.

   “툭. 툭. 툭!”

   뭔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크고 못생긴 회색 아기오리가 나왔다. 색깔도 개나리 색이 아니라 탁한 진흙탕 색깔이었다.

  “쟤는 뭔가 이상해. 오리들이랑 달라.”

  농장의 모든 동물 식구들이 수군거렸다. 하지만 엄마 오리만큼은 아기오리들 중에서 회색 아기오리가 세상에 태어남을 가장 반겨줬다.

 

초승달도 보름달도 모두 달이란다.

 

  “꽥. 꽥!”

  “삑. 삑!”

  갈수록 못생긴 회색 아기오리는 형제들과 다름이 나타났다. 몸집이 큰 것은 물론 털 색깔도, 울음소리도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슬퍼 잠을 못 이루고 하늘에 뜬 달을 보는데 엄마 오리가 다가왔다.

  “저 달도 매일 모양이 달라지지? 너도 그렇단다. 같은 오리라도 우리 모두 다르게 생긴 것뿐 이야. 어느 날은 초승달, 어느 날을 보름달인 것처럼.”

  “엄마. 하지만 저는 단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 같아요. 무엇하나 정상인 것이 없어요.”

  “엄마 눈에는 튼튼한 몸도, 강한 울음소리도, 힘찬 날개도 모두 아름답게 보이는데 우리 아기만 알지 못하구나.”

  

수컷 두 마리 기러기 커플,
알 낳지 못하는 암탉,
정 많은 사냥개,
쥐가 무서운 고양이


  엄마 오리의 위로에도 전혀 위안받지 못한 회색 아기오리는 모두가 잠든 어느 날 농장을 떠나게 된다. 길을 가다 기러기 두 마리를 만난다.

  “털 색깔이 나랑 비슷하네. 너희 이름은 뭐니?”

  “우린 기러기 부부야. 우리는 둘 다 수컷이야. 암컷, 수컷 짝지어 다니지 않아 무리에서 쫓겨났어.”

  “나도 형제들과 모습이 달라 길을 나왔어. 우리 같이 다니자.”

  그때였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컹. 컹. 얘들아. 피해. 사냥꾼이 오고 있어.”

  허공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냥꾼이 사냥개를 마구 때렸다.

  “이 쓸모없는 녀석. 또 총을 쏘기 전에 울었네. 저리 가.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

  화가 난 사냥꾼이 혼자 돌아가고 발에 맞은 사냥개가 힘없이 누워있었다. 회색 아기오리와 기러기들이 다가갔다.

  “사냥꾼은 갔어. 고마워. 우리를 살려줘서.”

  “난 쓸모없는 사냥개야. 약한 동물들이 불쌍해서 총에 맞는 것을 보지 못하겠어.”

  “너도 우리처럼 뭔가 다르구나. 함께 길을 떠날래?”

  회색 아기오리가 반갑게 말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야?”

  “정해진 것은 없어. 그냥 우리처럼 뭔가 다른 동물 친구들이 많은 곳을 찾고 있어.”

  회색 아기오리, 수컷 기러기 두 마리, 정 많은 사냥개를 함께 길을 떠난다. 처음 만난 농장에서 알을 낳지 못하는 암탉 아줌마와 쥐를 무서워하는 고양이를 만난다. 무리와 다른 암탉과 고양이와도 친구가 되어 함께 길을 떠난다.

  

정상도 비정상도 없어.


  어느 날. 갈대밭에서 아주 멋지고 새하얀 털을 가진 큰 새 무리가 나타났다. 같은 새지만 너무 아름다웠다.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새였다면......”

  회색 아기오리가 말했다. 다른 동물 친구들은 말없이 회색 아기오리를 토닥여줬다. 그때였다.

  “컹. 컹.”

  커다랗고 사나운 들개 한 마리가 침을 흘리며 달려왔다. 순식간에 전쟁 통이 되었다. 들개는 기러기 한 마리를 물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회색 아기오리가 날아올라 튼튼한 부리로 들개의 눈을 쪼았다. 겁 많은 고양이도 들개의 뒷발을 물고 놓지 않았고 암탉도 부리로 쉴 틈 없이 쪼았다. 다른 동물이 아픈 건 못 보겠다던 사냥개도 들개를 향해 달려들었다.

  “컹. 컹. 내 친구 기러기를 놓아줘.”

 여러 공격을 받던 들개가 이내 물었던 기러기를 놓고 달아난다.

  “기러기야. 괜찮아?”

  “응. 고마워. 너희들이 없었다면 난 들개의 밥이 되었을 거야.”

 그때 알을 낳지 못하는 암탉 아줌마가 말했다.

  “얘들아. 이것 봐. 무서운 들개가 나왔지만, 회색 아기오리의 튼튼한 부리와, 너희들의 용기가 있어서 무사히 살아남았어. 나는 비록 알을 낳지 못해 늘 쓸모없단 말을 들었지만 친구의 위험을 도울 용기가 있고, 병아리처럼 보살 필 수 있는 너희가 있어 행복하단다.”

  암탉 아줌마의 말에 모두 강물이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좀 전에 봤던 하얗고 아름다운 새 무리와 다르지만 큰 몸과 튼튼한 날개를 가진 회색 오리가 보였다. 수컷 두 마리지만 어느 암컷, 수컷보다 서로 아끼는 기러기가 커플이 있었고, 쥐는 무섭지만 친구의 위험에 도울 수 있는 용감한 고양이가 서있었다. 정이 많아 사냥개로써 쓸모는 없지만 따뜻한 마음 덕분에 친구들이 많은 사냥개의 모습이 보였다.

  비록 백조가 될 수는 없었지만 회색 오리는 이제 엄마 오리의 말이 어떤 뜻이었는지 깨달았다. 밤하늘의 달도 초승달, 반달, 보름달이 있듯이 누구 하나, 같은 모습일 수 없다. 우리의 모든 모습들은 못생긴 것도 아름다운 것도, 정상도 비정상도 아닌 나만의 고유의 모습의 뿐이다. 강물에 비친 회색 털의 자신의 모습을 보다 친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내가 살던 농장으로 갈래? 거기 우리들 같은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어. 좋은 친구, 가족들이 될 수 있을 거야. 혹시라도 모습이 다르다고 누군가 놀린다면 우리 서로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자.”

  회색 오리가 등 진 가을 해가 빨갛게 익어간다. 마치 회색 오리의 강열한 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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