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두렵다
두 번째로 버림받은 기분이다.
지난 면회 때 엄마는 유독 데면데면했다. 우리가 3주 만에 와서 엄마가 섭섭하셨나, 그래 삐지셨네 생각했는데,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무언가를 미처 다 못 먹은 듯 자꾸만 입을 벌렸고, 우리 얘기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평소엔 얘들이 누굴까, 잠시라도 우리와 눈을 맞추고 무슨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어제는 영 달랐다.
우리의 어떤 말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캐나다 사는 오빠와 페이스톡을 연결해도 마찬가지였다.
늘 왼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아주시곤 했는데 어제는 내가 잡은 손도 한사코 뿌리쳤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이럴 땐 너무도 답답하다.
하는 수 없이 원장 선생님 찬스를 썼다. 면회하다 말고 밖으로 나와 보긴 처음이다.
우리가 오기 전 엄마가 뭘 드시다 말았는지 물었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를 드렸다고, 왜 그러시냐고 묻는다.
아무래도 뭔가를 더 드시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알겠단다.
원장 선생님이 떠먹는 요구르트를 가지고 면회실로 들어온다.
“엄마~ 왜? 식사하셨는데 배 고프셨어?”
엄마는 대꾸도 하지 않고, 원장이 주는 요구르트를 어린아이처럼 입을 크게 벌려 받아 드신다.
예전엔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가 차다고 상온에 한참 뒀다 드시곤 했는데, 찬 기색 없이 잘 드신다.
정말 배가 고프셨던 걸까. 요구르트를 다 드신 다음에야 표정이 조금 풀린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관심이 없다.
그 어떤 말을 해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 섭섭한 마음에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
“엄마, 엄마 만나려고 왕복 3시간 운전하고 오는데 너무 하시네. 이제 큰딸한테 아는 척도 안 하시기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간다고 하면 서운한 표정을 짓던 엄마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늘 엄마가 우리에게 한 유일한 말은 “잘 가라”였다. 그것도 선생님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 마지못해 중얼거린 말이었다.
올해 마지막 면회가 끝났다. 한 달에 두 번, 헤아려 보니 총 스물세 번 엄마를 만나러 왔다. 때론 웃었고, 이만 하기 다행이라고 안심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걸 실감했기에 대체로 먹먹했다.
2026년에 만날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새해가 두려워진다. 면회 올 때마다 엄마가 저런 표정이면 어떡하나,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치매가 좋아질 수 없는 병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이렇게 불현듯 낯선 엄마를 만나면 마음이 아프다. 성급하게 닥쳐오는 현실을 피하고만 싶어진다.
무언가를 먹고자 하는 욕구, 사실은 그것도 허상일 듯한, 텅 빈 듯한 욕구만 남아 있는 모습을 맞닥뜨리는 건 엄마의 무표정한 얼굴만큼이나 슬프다.
엄마의 총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좋은 머리는 어쩌다 저렇게 무장해제 됐을까.
“걱정 마세요. 제가 엄마 동생이잖아요~ 엄마는 정말 남다르게 생각돼요. 어제 저도 왜 그러실까 어디 아프신가 걱정했어요. 자주 가서 살펴볼게요.”
엄마가 늘 동생처럼 생각하는 원장 선생님이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엄마를 늘 웃게 해주는 원장 선생님의 마법을 오래오래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