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이유가 무엇이었을까_두 번째 이야기

고작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by Little JJ

잠깐이라도 쉬면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평일엔 퇴근 후 요리학원 가고 주말엔 비누 만드는 걸 배우러 다녔다.

벌써 15년 전이니 그때부터 꾸준히 비누 만들었으면 엄청난 비누 전문가가 되었겠다.


비누 수업에 간 어느 토요일 오전이었다.

그날은 동네 아주머니들 몇 명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 끝나고 아주머니들과 잠시 함께 앉아 있게 되었는데 그때 난 20대 후반에 막 결혼한 새댁이었고 그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었기 때문에 대화에 끼지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아이들 학교 얘기, 학원 얘기를 주고받다가 충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XX는 어제 학교 끝나고 뭐 했어?"

"**이네 집에 가서 놀고 온다고 했는데 내가 안된다고 해서 집에 그냥 왔어."

"응? **네? 걔네 엄마 일하지 않아? 걔네 집엔 절대 보내면 안 되지!"

"그러게 말이야, 걔네 엄마 일한다고 육성회도 한 번도 안 나왔지? 애 관리를 그렇게 하는데 어울리지 못하게 해야지!"

"저번에 **네 엄마가 기말시험 때문에 뭐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했어, 궁금하면 회사를 때려치우고 애를 집중해서 잘 키우던가!"

"암튼 XX가 **랑 어울리지 못하게 조심시켜. 이그!"


맞벌이하는 부모를 둔 아이가 이렇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난 아이를 낳아도 내 일을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는데 내 아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다고?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잘 키우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엄마가 일한다는 이유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직장 동료 중에 아이 키우며 일하는 언니들이 안쓰럽지만 한편으론 아이 핑계로 일찍 퇴근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아 나의 앞날을 고민하기는 했었고 이것은 내가 감내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까지 저런 대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니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어졌다.


그날 저녁 남편이랑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고 우린 그날 이후로 조금 더 구체적인 이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3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일본, 미국, 그리고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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