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발리에 가서 사는 이유
나는 발리로 왜 가는가?
월급도 포기하고, 벌어둔 돈을 야금야금 써가면서, 커리어도 중단하면서까지 왜 발리로 가는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적어놓으니까, 나의 선택이 조금은 두렵기까지 하다)
처음 계기는 버킷리스트 때문이다.
발리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실컷 서핑을 해보고 싶었다. 발리 여행(정확히는 서핑캠프)을 두 번 가봤는데, 매번 행복했다. 매일 새벽에 맞이하는 오묘한 빛깔의 하늘, 위에는 드넓은 하늘과 바다에 둘러싸이는 서핑, 햇빛에 반짝이는 초록초록한 나무들...
경제적 자유를 꿈꾸던 시절, 자유를 달성한다면 가장 먼저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경제적 자유를 포기(?)한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기회가 온 것이다.
(완전히 인생을 포기한 거는 아니고요..)
하지만,
뭔가 하나쯤은 유용한 걸 남겨와야 한다는 압박이 자꾸 나를 옥죈다.
기왕 간 김에 인도네시아어라도 제대로 배워와야 쓸모 있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정말 1년 내내 서핑을 열심히 해서 한국 돌아와서 서핑 강사라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 또는, 유튜브라도 시작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야 향후 먹고사는데 문제없지 않나.
모두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지만, 궁극적인 대답은 될 수 없었다.
지놀아, 너 1년간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뭐 할래?
누가 나한테 그렇게 물어본다면? (물론 아무도 물어본 적 없다. 세상은 나한테 하고 싶은 것을 별로 묻지 않는다. 해야 하는 것을 말할 뿐)
나는 서슴없이 '발리에서 1년간 살면서 신나게 놀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래. 나는 뭔가 대단한 걸 성취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1년 다녀오는 것이다. 어차피 언젠간 죽을 텐데, 한 번쯤은 이렇게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 나쁠 건 없잖아? 성공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뭐.
그동안은 해야 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왔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대학 입시부터,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대학 생활, 그럴싸한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치열했던 3년, 그리고 그 직장에서 초년생으로 살아남기 위한 3년의 몸부림... 잘 살고 싶었고 성공하고 싶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봐야지.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자꾸 까먹는 나를 위해 이 글을 남긴다.
힘 좀 빼 이 바보야. 너 그냥 놀러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