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1년 살이, 무엇을 챙겨갈까요

자신의 일상을 상상해 보기

by 지놀 LittlePlanet

거실에는 덩치 좋은 캐리어들이 나와 있다. 이번 주 주말, 발리로 출국하기 때문이다.


항상 짐 적게 챙겨서 한 달씩, 2주씩 여행을 잘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에 준비물 챙기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하지만 그게 아니다. 1년을 지내러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과일을 깎아 먹는다고 하자. 어차피 한 달 정도만 여행할 생각이라면 현지 마트에서 아무 과도(果刀)를 사서 사용하다가, 귀국할 때 버리고 오면 된다. 하지만 1년을 머무를 거라면? 품질이 떨어지는 과도를 사서 1년 동안 사용하기는 어렵다. 현지에서 좋은 품질의 과도를 사는 것도 품이 든다. 돈도 들고. 이런 것들은 그냥 내가 사용하던 것을 가져가는 것이 속편하다. 부피도 작고 무겁지도 않으니까.



다른 사람이 써놓은 체크리스트는 참고용이다. 가족 단위로 발리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챙기지만, 나에게는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의 준비물은 참고가 될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내 준비물은 나로부터 나와야 한다. 즉, 내가 거기서 어떻게 지낼 것인지 하루 일과를 상상해 보면 준비물도 함께 나온다.


발리에서 어떻게 지낼지 상상해 보았다.(사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 아침에 일어난다.

침대가 있는 숙소를 잡아야 할 것이다. 잠옷도 필요하고. 침대는 숙소에 딸려있을 것이다. 잠옷을 챙긴다.

2. 간단히 정리정돈을 한다.

3. 따뜻한 차를 한 잔 만들어 먹는다.

커피포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냄비로 물을 끓여도 된다. 이건 현지에서 조달한다.

4. 책상에 앉아 필사를 한다.

책상, 필사할 책과 노트, 필기구가 필요하다. 책상이 포함된 숙소를 구해야 한다(아니면 현지에서 구하거나). 필사할 책과 노트를 챙겨간다.(전자책이 제일 좋은데 없으면 가져가야 함 ㅠ)

5. 아침 식사로 과일을 깎아 먹는다.

과도가 필요하고, 과일을 남아낼 접시가 필요하다. 쓰던 과도 하나 챙겨가고, 접시는 다이소에서 가벼운 플라스틱 접시를 산다. 포크로 먹으면 우아하겠지만 필수는 아니다.

6.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간다.

반바지를 입으면 종아리가 새카매질 것이니, 긴바지를 입는다. 그 뜨거운 햇빛을 정면으로 받고 싶지 않으니 모자를 쓴다(두피에 정면으로 받으면 탈모가 온단다). 오토바이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을 할 테니, 손등 보호를 위해 장갑을 챙긴다.


이런 식이다. 내가 어떻게 지내게 될지 상상하다 보면 어떤 준비물을 챙겨갈지 조금씩 감이 온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다 챙길 수는 없다. 비행기 수하물 무게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 타게 될 항공사의 이코노미 좌석은 위탁수하물 인당 15kg 제한을 두었다. 거기서 5kg을 초과할 때마다 7만 원씩 추가해야 한다. 즉, 1kg 당 14,000원. 밥솥 하나에 3kg 정도라고 생각하면, 운반비만 4만 원 꼴. 게다가 1년 뒤 다시 한국으로 들고 들어온다면 곱하기 2. 밥솥 운반비만 8만 원이다.


그래서 밥솥은 포기했다. 현지에서 사야지.


이런 식으로 짐을 하나씩 싸고 있다.

최종 짐, 체크리스트는 이후에 공유해 드리면 좋을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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