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여행 카페에 매번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다.
오토바이를 렌트할까요, 아니면 그냥 GRAB(택시 및 오토바이 택시)을 이용하면서 뚜벅이로 다닐까요?
늘 갑론을박이 있다.
일단 인도네시아는 국제 운전면허증이 통용되지 않으므로 불법이기 때문에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으레 합당한 말이다.
다만 단순히 불법이니까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답변은 뭔가 좀 맹숭맹숭하다.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은 모두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운전을 배워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내가 알고 지내는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엘리트 느낌의 인도네시아인도 14살부터 아버지로부터 배워서 지금까지 주욱 잘 타고 다닌다고. 당연히 나이 상으로 불법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터부시 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불법-합법에 대한 의식이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오토바이 운전을 금지하는 것은 뭔가 현지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반대로, 직접 운전해서 다니면 기동력이 월등히 좋아져서 여행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숨겨진 로컬 장소도 다녀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여행의 질이 올라간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것이지만,
만약 아는 동생이 나한테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여행기간이 2주 미만이면 오토바이 렌트하지 말고,
1달 이상 지낼 거면 렌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행 기간이 짧은 경우라면(14일 미만) 렌트를 해서 직접 운전하는 것을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여행은 기본적으로 기분 좋게 놀기 위해 낯선 곳에 놀러 오는 것이다. 근데 한국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낯선 이곳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해서 다닌다? 생각만 해도 불안하다.
14일 미만 여행에서 오토바이 직접 운전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고 나면 답이 없다.
인도네시아 교민들이 자주 하는 말로, 외국인이 교통사고를 내면 수많은 현지인들 사이에 둘러싸인다고 한다. 평소엔 순박한 인니 사람들이지만, 단체 행동을 할 때는 그 누구보다 무섭게 돌변한다고... (몇 년 전, 음주 운전을 하여 현지인 어린아이를 숨지게 한 중국인 화교를 단체로 찾아가 살인을 했다고 한다). 기분 좋게 잠깐 여행하러 왔는데 사고를 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 부닥치는 것이 썩 달가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제 발리 생활 목표 중 하나도 오토바이 사고 안 나는 거라서 매일 기도하면서 탑니다)
2. 교통 문화가 우리나라와 다르다.
여기는 좌측통행이다. 그리고 신호등이 별로 없다. 그 말인즉슨 그때그때 오고 가는 차량과 오토바이 사이에서 알아서 핸들을 꺾고 우회전 좌회전 유턴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처럼 신호체계에 맞춰 그려진 차선 따라 좌회전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우회전을 하려면, 중앙선 바로 근처로 가서 오른쪽 깜빡이를 켜놓고 기다리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없으면 그 틈을 잠깐 이용해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3. 단기 여행 특성상 마음이 급해, 운전 연습 없이 곧바로 실전 주행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대부분 어렵게 5일 이상 휴가를 내어서 온 발리이다. 하루하루가, 1분 1초가 소중한 것이 여행지에서의 시간이다. 만약 여행기간이 열흘이라면, 한 3-4일은 숙소 근처 반경 200m 안에서 주행 연습을 하고, 나머지 6-7일부터 직접 주행하면서 타고 다닐 만큼 한가하지 않다. 오토바이를 빌리자마자 바로 이용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오토바이 첫 운전+처음 겪는 교통상황에서 운전이 쉬울 리가 없다. 물론 실제로 항상 사고가 나지는 않지만, 굉장히 마음 졸이며 타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여행 블로거 중에 발리에 오자마자 오토바이 렌트를 한 분들 글을 읽어보면, "겨우 도착했다"는 후기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접 운전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이동하고 싶으면 앞서 말한 GRAB을 잡으면 된다.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처럼 어플을 통해 목적지와 출발지를 미리 입력하면 그에 맞는 요금이 자동으로 계산되어 결제되므로 바가지도 없다. 심지어 싸다. 한 명이서 탈 수 있는 GRAB BIKE(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가는 것)는 10분당 천 원 꼴이다. 발리 내 주요 여행지(꾸따, 짱구, 스미냑, 사누르, 짐바란) 내에서는 최대 편도 거리가 1시간 이내라서 그렇게 부담되지 않는다.
물론 여행 기간이 한 달 이상 된다면 직접 운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